변호사 3만 명 시대가 열렸다. 2011년 1만2천607명 이후 10년 만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이 2009년 출범한 뒤 2012년부터 로스쿨 1기 졸업생들이 진출하면서 지역 법률 시장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법조인 배출 방식이 바뀌면서 변호사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변호사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법률 서비스의 문턱도 낮아졌다.
오는 24일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또 한 번 변호사들이 법조 시장에 쏟아져 나올 태세다.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로스쿨 탄생이 지난 10년 간 지역 법조계에 가져온 변화와 명암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변호사 급증세
지난 2009년 정부는 전국 25개 대학에 로스쿨을 설치하면서 사법시험 폐지를 결정했다. 변호사 공급을 늘려 국민의 법률 서비스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전문화된 법조인을 양성하려는 목표에서다. 50년 넘게 법조인 배출의 유일한 통로였던 사법시험은 2017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로스쿨 1기 졸업생이 사회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국내 변호사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 변호사 제도가 처음 도입돼 1호 변호사가 탄생한 1906년 이후 100년이 지난 2006년에는 변호사 숫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로스쿨 도입 후 법조인 숫자가 급증하면서 2014년에는 2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12월 3만 명을 돌파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국내 3만여 명의 변호사 중 로스쿨 출신은 모두 1만2천575명이다. 여덟 차례 변호사 시험을 거치면서 사회에 진출한 로스쿨 졸업생들이 법률 시장의 40%를 차지하면서 법조계에서 이들이 더는 소수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경북지역 변호사 수도 마찬가지다. 대구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지역 변호사는 2011년 366명이던 것이 올 4월 현재 679명으로 급증했다. 1기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되기 전 해인 2011년과 현재의 변호사 수를 비교하면 85%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증가세가 지역 법률 시장의 수요를 넘어선 지 오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구지역 한 중견 변호사는 "변호사 공급이 증가하면서 시민들의 법률 서비스 장벽이 낮아진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지역 법조계에서는 사건 수임 부족, 매출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변호사가 상당히 많아 업계 전망을 좋게만 보는 이들은 적다"며 "정책적으로 적정 변호사 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했다.
◆역세권 등 도심에 등장한 법률사무소
한 해 1천 명 안팎이던 신규 법조인 수가 변호사 시험 도입 이후 1천600명 선까지 증가하면서 지역 법률 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우선 지역 대학에서 배출하는 법조인 숫자가 사법시험 시절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사법시험 합격자가 한 해 1천 명이던 시절 경북대 등 지역 대학에서는 매년 20명 안팎의 합격생가 배출됐다.
그러나 현재는 경북대, 영남대 로스쿨 출신 중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이들이 매년 100명을 웃돈다. 다른 지역에 있는 일부 지방대 로스쿨의 경우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20~30%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변호사 숫자가 늘면서 대구에 새롭게 등장한 법률사무소 위치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법원 인근에 법률사무소를 여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법원과 떨어진 도심에도 법률사무소가 생겨나고 있다.
또 다른 중견 변호사는 "지난 몇 년간 반월당 인근과 같이 교통이 편리한 곳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 문을 연 법률사무소들도 있다"며 "변호사들의 업무 편의가 아닌 고객 접근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한 경쟁 시대, 다변화만이 살 길
지역 변호사들이 카카오톡 채널, 유튜브 등 고객에게 다가가는 수단을 다변화한 것도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지역의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과거에는 의뢰인이 웬만한 상담은 사무장과 하는 등 변호사 얼굴 한 번 보는 것도 어려운 경우가 허다했다"며 "최근 젊은 변호사들은 의뢰인과 직접 만나거나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데도 적극적이다.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측면이기는 하지만 요즘 변호사들은 권위나 특권의식을 많이 내려놓은 편"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수임 경쟁에 내몰린 변호사들이 홍보에 과도하게 열을 올리는 것을 '제 살 깎아먹기'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일부 법률사무소의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 광고에서는 '15분 전화 상담 2만원부터', '1회 30분 무료상담' 등의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로스쿨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블로그 관리, 포털사이트 광고 등으로 처음 한 두 해는 직원 한 명 인건비 이상의 비용이 홍보비로 나갈 때도 있었다"며 "수많은 변호사 가운데서 눈에 띄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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