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인터뷰] 홍준표 '수성을' 당선인 "정치 생명 건 도박에서 이겼다"

"제대로 된 전사 배치하면 민주당 이길 수 있다"
"황교안, 욕심이 앞서면 화를 초래한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무소속 홍준표(대구 수성을) 당선인이 16일 대구 수성구 두산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무소속 홍준표(대구 수성을) 당선인이 16일 대구 수성구 두산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홍준표 무소속 대구 수성을 당선인은 16일 오후 선거사무소에서 다소 상기된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밤새도록 한 숨도 못 잤다"는 피곤함과 승리를 거뒀다는 자부심이 동시에 얼굴에 묻어났다. 그의 휴대전화는 축하 인사로 쉴 새 없이 울렸다. 측근들도 휴대전화를 홍 당선인에게 전해주기 바빴다. 권력에 가장 민감한 게 휴대전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성을 출마 공식 기자회견 3일 전인 지난달 14일 인터뷰이로 만났던 그를 이날 다시 만났다. 당시 인터뷰 중간중간 "내 인생이 와 이리 고달프노"라며 탄식을 내뱉던 그는 이날은 승자의 여유를 보였다. 직설적이고 강한 어법은 그때와 변함이 없었다.

홍 당선인은 이번 선거를 "정치 생명을 건 도박"이라고 평했다. 그는 "(대구경북에서) 묻지마 2번 투표가 이번에도 작용했다. 대구에 온 것 자체가 정치적 모험이고 도박이었다. 당과 개인 조직이 전혀 없고, 이곳에서 활동한 것도 아니었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면 해당 지역에서 5~10년 터를 닦아야 한다"며 "당에서 쫓겨 다니고 공천 협잡을 당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대구시민들이 저를 받아들여 준 계기가 됐다"며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황교안과 김형오가 공천 협잡을 했다. 거기에 굴복한다면 홍준표가 아니다. 그들이 총선에 출마하지 말라고 했을 때 순순히 받아들이면 내가 편할 수 있지만 2022년 대선에 나가기 어렵다. 위기의 순간, 위기에 매몰되지 않고 그것을 기회로 삼아 지금의 홍준표가 됐다"며 다시 한 번 대선 출마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승자 홍준표, 패자 황교안

선거는 '승자 홍준표, 패자 황교안'로 결론이 났다. 승자는 패자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미래통합당 이름을 내걸었으면 그야말로 '통합'을 했어야 했다. 욕심이 앞서면 화를 초래한다. 공천으로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 했다. 선거에 이기고 문재인 정권과 싸울 생각을 하지 않고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고 했으니 대구경북을 빼고 참패했다. 모두 힘을 합쳐 문재인 정권에 대항했으면 우리가 거꾸로 압승을 할 수 있었다. 자멸로 가는 선거 전략을 썼다. 안타깝다."

'180 vs 103'.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를 완전히 장악했다. 개헌을 빼고는 뭐든지 할 수 있다. 통합당은 겨우 숨만 쉴 정도로 참패했다. 홍 당선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1996년 총선에서 83명의 국회의원을 갖고 대통령이 됐다. 통합당 의원 수라면 리더만 잘 만나면 대여 투쟁을 잘 할 수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두 번에 걸쳐 대선에 실패할 때 모두 원내 1당이었다"며 "대통령 선거는 또 다른 패러다임으로 시작한다. 제대로 된 전사들을 전면 배치하면 민주당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보수가 괴멸되다시피했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이번 총선을 평가해 달라고 했다. 홍 당선인은 "25년 당에서 활동해 보니까 좌파정당은 이념집단이고 우파정당은 이익집단이더라. 좌파는 똘똘 뭉친다. 고관대작 다 지내고, 마지막에 아르바이트하러 의원 하는 사람이 이 당에 얼마나 많나?"며 "정당은 근본적인 이념 가치가 정립될 때 힘이 생기고 결집력이 생긴다. 밑바닥에서 올라온 사람을 공천하는 게 아니고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을 데려와서 내려꽂기 공천한다. 선거를 망친 사람은 김형오, 황교안, 이석연, 얼치기 공천심사위원들이다."

4선 국회의원, 경남도지사, 당 대표, 대선 주자. 화려한 경력의 홍 당선인의 당 수습 방안이 뭘까?
그는 "차츰 말하겠지만 지금은 우리 당이 너무 괴멸 상태에 와 있어서 선뜻 말씀드리기 어렵다. 복안이 있지만 지금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괜히 분란을 일으켜 복당 문제에 걸림돌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들렸다.

통합당은 수도권에서 특히 무너졌다. 서울에서 4선 경험을 한 홍 당선인은 "15대 총선에서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서울 49석 중 25석을 이긴 적이 있었다. 거의 1년 동안 기획 공천했다. 지역에 맞는 사람 영입하고 1년 전에 지역에 보내서 바닥을 다졌다. 통합당은 후보 등록하는 날까지 공관위과 최고위가 공천을 줬다 뺏다 하는 해프닝을 보였다. 내부 분열로 자멸했다"며 "중도를 잡자는 얘기도 허상이다. 선거는 내 편 아니면 네 편이다. 중도는 스윙 보트다. 세가 강한 쪽으로 끌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 사람들을 위한 '맞춤정책'이라는 것은 큰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서울 8석은 최악이다. 이명박 대통령 때인 2008년 선거에서 우리 당이 석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서울 18석을 얻었다. 공천만 잘하면 개인 역량으로 뚫을 수 있다. 불모지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치 생명을 건 모험

수성을 대화로 돌아왔다. 승리의 요인이 뭘까? 홍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구에 지도자가 없다.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수성갑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탓에 이 지역을 개발해 줄 적임자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15% 압승을 장담했다. 결과는 2.74%포인트(p)로 신승했다. 2천850표 차이로 겨우(?) 이겼다. 그는 "압승한다고 할 때는 묻지마 2번 바람이 수성을에서 안 분다고 봤다. 수도권이 어려워지면서 2번 바람이 태풍처럼 불었다. 이 와중에 선방한 거다. 선거 중반 10%p 이상 차이를 벌였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공중 3파 출구 조사에서 지는 것으로 나왔다. 그는 "전혀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60% 이상 지지가 나올 정도로 환대를 받았다. 다만 코로나19 탓에 주로 집에 머무는 유권자들 때문에 걱정했다"며 "압승할 줄 알았는데 선거 중반 가니까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참모들이 밑바닥을 훑는 선거운동에 집중했다"고 했다.

홍 당선인은 "정치 생명을 건 모험을 했다"고 밝혔다. 승리한 소감을 묻자 "38년 동안 공적인 활동을 하면서 위기가 올 때는 언제나 위기에 파묻히지 않고 기회로 활용했다. 이번에도 정치적 위기가 심했지만 이를 기회로 대구로 왔고, 선대위 참모들과 의논하면서 전략을 세워 위기를 탈출했다. 이번 선거는 차기 대선의 출발점이다. 2022년 제대로 된 대선을 한 번 해봤으면 한다"고 했다.

홍 당선인은 대선 주자급 공약을 내놨다. 지킬 수 있을까? 그는 "홍준표가 당선되면 4가지가 달라진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첫째, 수성을을 2년 내에 변화시킬 여건을 만들겠다. 둘째, 대구의 산업구조 개편을 하겠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플라잉카 연구 단지를 유치한다.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을 책임자로 하겠다. 셋째, 복당해서 야당을 새롭게 만들겠다. 넷째, 대선에서 승리해 국가를 바꾸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둘째 약속은 대통령이 돼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홍 당선인은 결과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패장이다. 하지만 그는 강하게 반박했다. "지난번에 당선될려고 나온 선거가 아니다. 당 지지율이 4%에 불과했다. 당이 없어질 지경이었다. 당의 괴멸을 막기 위해 나왔다. 나 때문에 진 게 아니라 박 전 대통령 탄핵 탓에 패한 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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