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8일, 대구경북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두 달만에 대구경북 산업계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자동차부품, 기계, 섬유 등 지역 주력 제조업 모두 차례로 공장을 세울 위기다. 지역 근로자들 또한 3월 고용지표가 극심한 부진을 기록한 가운데 2분기 최악의 고용대란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급망 마비, 소비 절벽 '사면초가' 제조업계
지역 제조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과 국내 감염 확산으로 인한 부품공급 중단 등 생산 문제에 이어 이제는 유럽, 미주, 일본 등 주요 소비시장이 코로나19에 초토화되면서 수요 절벽까지 마주하고 있다.
특히 지역 제조업 주축인 자동차부품업계는 글로벌 완성차제조사 생산라인이 멈춰서면서 극심한 타격을 입고 있다.
매출 중 수출 비중이 80% 이상인 지역 내 한 자동차부품 제조사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이 20% 정도 줄었다. 새로운 품목을 수주한 덕분에 30%쯤 성장할 전망이었던 걸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유럽산 차 부품 공급 중단과 신차 판매 급감으로 국내 완성차 생산 공장이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그는 "완성차 제조사 경우 수입 부품을 통상 2개월 치 준비해놓는데, 5월부터 유럽산 부품 소진으로 국내 완성차 생산도 급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동차 시장과 상당부분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업계도 사정이 좋지 않다.
지역 내 한 기계부품제조사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공작기계 매출 비중이 커서 자동차산업 업황에 따라 매출이 오르내리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생산라인 신·증설이 안되고 있다. 특히 지역에는 연간매출 50억원 미만인 곳이 많아 판로가 잠시만 막혀도 운전자금이 떨어진다. 이미 존폐기로에 놓인 업체가 많다"고 호소했다.
소비재 제조사도 코로나19 타격을 피하지 못한 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 내 한 디스플레이 부품 제조사는 4월 중순 들어 국내 생산을 사실상 중단한 채 재고만 소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럽, 미주 같이 구매력을 갖춘 시장이 완전히 죽으면서 해외고객사 신규 발주가 없다. 국내 코로나19 사정만 개선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출비중이 높은 섬유패션업계도 도미노 폐업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으로 2월부터 영업활동이 중단된데다 주요 구매고객들이 있는 유럽과 미주, 중동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수주절벽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대구염색산단내 입주사 중 77%가 휴업이나 단축조업에 들어갔다.
섬유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부터 수주가 시작돼도 5월부터 사정이 나아질까 말까인데 여파가 6월까지는 간다고 보고 있다. 이달 초 첫 폐업 사례가 나왔고, 비관적 전망이 확산하면 문 닫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2분기 고용대란 및 구조 조정 현실화되나
결국 2분기에는 대구경북 제조업계 발(發) 고용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북 경산에서 현대차 차체를 생산해 납품하는 한 업체는 다음달 중 10년차 이상 직원 일부의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매출 감소로 5월부터는 직원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못할 상황이어서다.
이 업체 대표는 "무급휴직 얘기도 나왔지만 그럴 경우 생계가 막막하다는 직원들의 반발이 심했다"며 "그동안 회사가 어려워 월급도 많이 올려주지 못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아예 내보내자니 직원들에게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대구 서구에 있는 한 섬유가공업체는 지난달부터 직원을 격일로 출근시키고 있다. 직원들이 손에 쥐는 월급도 자연스레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일당을 받고 일하던 생산직 근로자는 이미 대부분 내보낸 상태다.
이 회사 대표는 "수출은 아예 제로가 된 지 오래고 내수 시장도 완전히 얼어붙었다. 일은 없는데 매달 고정비용만 꼬박꼬박 나가는 상황"이라며 "고용유지지원금 신청도 생각해봤지만 결국 7월부터는 인건비 30%를 기업이 부담해야 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고용지표 악화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고용률은 53.6%로 전년 동기 대비 4.0%포인트(p) 감소했다. 제조업 근로자는 23만1천명으로 1년 새 2만2천명(8.7%) 줄었다.
구직자들도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 전망이다. 취업 시장은 물론이고 단순 아르바이트도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의 취업준비생 최모(31) 씨는 "구인 공고 자체가 없다. 예전이었으면 조건이 안맞아 지나쳤을 곳조차 사람을 뽑지 않고 있다"며 "택배 상·하차 등 업무 강도가 높은 일부 일자리를 제외하면 아르바이트 시장도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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