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자발적 격리가 지속되다 보니 사회활동은 물론이고 심리적인 거리두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적 재난에 국민이 방역 주체가 되는 생활,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도 위기에 잘 대처하는 대구와 한국의 모습에 전 세계가 놀라워하니 뿌듯하기도 하다. 인권으로서 건강권은 내가 스스로 지키고 돌봐야 할 권리이기도 하지만 국가와 사회로부터 돌봄을 받아야 할 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재난을 맞이하는 장애인들의 심정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외줄을 타는 마음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알리는 각종 재난 방송에 제대로 수어 통역이 배치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은 현실보다 더 무서운 상상 앞에 놓였고, 활동보조사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은 제발 내게는 그런 상황이 비껴가기를 늘 기도한다고 한다. 장애인들은 감염에 취약해서 외출을 삼가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안전을 적극적으로 노출해야만 보호받을 수 있는 아이러니 앞에 서 있기도 하다. 재난 속 장애인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소통이요 그들 삶에 관한 관심이다.
사진가 윤길중의 작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장애인의 삶을,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 역시 아이돌을 좋아하고 음악을 즐기고 게임에 빠지기도 하고 사랑도 한다. 사실 장애인들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 역시 누구나처럼 예쁘고 멋있게 찍히길 바란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을 하니 표정이 일그러지고 몸이 뒤틀릴 뿐이다. 카메라를 호기심만으로 사용하면 자칫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그, 그래서 작업에 임하기 전 뒤늦게 야학에서 배움의 길을 걸어가는 중증장애인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술잔을 기울이며 그들의 삶으로 들어간 후에야 카메라를 들었다.

1년여 동안 장애인 야학생활을 기록하던 그에게 어느 날 한 학생이 다가왔다. 늘 사진 찍히기를 거부하던 학생이었는데 증명사진을 찍어주면 촬영에 동의하겠다는 제의를 해왔다.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렸는데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는 사진관을 찾기가 힘들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소통하면서 그는 장애인들의 포트레이트 작업에 가정에서의 생활, 그리고 그들의 가장 아픈 상처인 손발까지 3년여에 걸쳐 촬영했다. 세상의 시각으로는 아름답지 않으나 그래서 더 아름답게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장애인들의 삶으로 들어가 발견한 인간의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마주할 수 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행복을 추구하는 '삶'은 장애인들에게 오히려 더 절실하다. 그런 그들의 삶을 절절하게 이해하고 탐구해 온 윤길중의 소통 방식이 세상에 전염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구하고, 모색하고,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하는 사이,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든다. 임기응변식 지원과 대책 속에 장애인들이 안전을 맡기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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