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신고 있던 운동화가 이 브랜드예요. 아들이 좋아하던 신발을 만드는 회사가 우리를 도와주니 무슨 인연인가 싶네요."
윤근창 휠라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18일 급성 폐렴 증세로 숨진 경산 17세 고교생 정유엽 군의 유가족을 남몰래 도운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17세 고교생 뉴스를 접한 윤 대표는 정 군의 사망 이틀 뒤 유가족에게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보냈다. '슬픔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고 싶다. 부담이 안 된다면 언제든 연락 달라'는 내용이었다. 또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비로서의 마음이었다.
정 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가장 좋아하던 운동화 브랜드 회사의 대표가 우리에게 연락을 먼저 줘 깜짝 놀랐다"며 "아들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한 것도 그 브랜드 운동화였다"고 했다. 가족들은 정 군이 하얗던 운동화를 밑창이 닳을 때까지 신었다고 전했다.
이후 윤 대표는 직원 2명을 보내 정 군의 가족에게 자신의 편지와 마음을 전달했다. 편지에서 그는 "국민의 한 사람이자 또래 아이를 둔 부모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며 "가족분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편지봉투 안에는 위로금 1천만원이 동봉돼 있었다.
윤 대표의 따뜻한 마음에 정 군의 부모는 "삶이 한순간 무너져 방황 속에 헤맬 때 보내주신 관심과 격려 덕분에 삶에 대한 의욕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었다"며 답장을 보냈다. 이에 다시 윤 대표는 자필로 된 편지를 보내면서 "슬픔 속에서도 주변을 위해 마음 쓰시는 두 분이 존경스럽고 조금씩 의욕을 되찾고 계시단 말씀에 안도했다"며 "두 분의 아드님으로 생을 보낸 정 군은 비록 남들보다 짧았지만 누구보다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정 군의 아버지는 "삐뚤삐뚤한 글씨체였지만 글자 한 자 한 자에 진심이 느껴졌다. 눈물이 나더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휠라코리아 측은 우리 가족에게 계속 관심을 가져주면서도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며 "정말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을 하고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휠라코리아 측은 "우리가 10대 청소년들과 교류를 많이 하는 브랜드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 하게 된 정 군의 사연을 접하고 임직원이 모두 가슴 아파했다"며 "유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최대한 조용히 마음을 전하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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