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언제 어느 정도의 재정을 어디에 투입해야 하는가?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권혁욱 일본대학 경제학부 교수
권혁욱 일본대학 경제학부 교수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사망자가 보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GDP의 하락, 소비와 수출의 감소로 기업의 업적 악화와 고용 상실과 같은 경제 문제가 현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지만, 외출 자숙과 자가 격리와 같은 행동 제한에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잘 정비된 의료 시스템과 우수한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의 확산을 적극적으로 막았던 트레이드오프(Trade-off)로 가계와 기업이 경제적인 손실을 입게 되었다. 이러한 손실을 보전하고, 경제 활동을 자극하기 위해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들에게 지급하려 하고 있다. 현재 재난지원금의 규모와 지급 범위를 두고 정치권, 정책 담당자와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사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재정을 언제, 어디에 투입해야 가장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합의된 증거를 경제학계에서 갖고 있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위기처럼 현재진행형인 경우에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한 번에 끝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재정지출의 시기와 규모를 정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실질GDP는 2019년 1분기에 비해서 1.3% 증가했고, 민간소비가 4.7%로 감소한 것을 빼면 투자와 수출은 오히려 증가할 정도로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아직 현재화되지 않았다고 경제지표상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이 급속히 확산된 대구 지역, 외출 자숙과 같은 이동 제한으로 인한 음식점업·여행업·항공업·호텔업·오락업 등과 같은 업종,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와 같은 경쟁력이 미약한 업체들, 피해 지역에 사는 주민과 피해 업종과 기업에 종사하는 고용자들, 저소득층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손실을 입었을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경제적 손실은 정부와 각 업계·단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쉽게 추정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아직 현재화되지 않은 경제적 손실에 대한 지나친 재정지출보다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업종, 계층에 한정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국가재정인 것을 감안한다면 경제위기 국면이 아닌 상황에서 국가재정의 소진은 더 큰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파국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의 배로 교수를 중심으로 스페인 독감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을 때의 데이터를 이용한 추정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은 GDP 6%, 소가비 8%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예측 결과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 문제가 수습될 때까지의 경제 손실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무역의존도가 아주 높은 나라의 경제적 손실은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 때처럼 세계 무역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예상 이상의 규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의 코로나19 감염의 영향이 나타날 올 2분기부터 세계 무역이 급락하게 되어 우리나라의 주력 업종인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자동차 부품 등 수출이 감소한다면 바로 그때가 우리 경제의 최대 위기 국면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때는 신속하고 막대한 재정 투입과 감세정책으로 단기적으로 총수요를 높이는 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최대한 노력해서 만든 귀한 자금은 국민에 대한 현금 지급을 최소로 하고, 외부성이 높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보장하는 생명공학, 인공지능, 로봇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투자, 도시 내의 사회간접자본투자,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인재 육성을 위한 투자에 재정 투입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권혁욱 일본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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