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가 옮기는 질병, 알고보니 인간 책임

나비(코숏·7살) 보호자가 첫 아이를 임신하여 축복받는 와중에 인터넷에 고양이를 멀리하라는 내용을 접하고 걱정스러워 병원을 방문했다. 검사 결과 나비는 지극히 건강했으며 임산부와 태아에 끼칠 염려는 전혀 없다고 설명드렸다.

고양이가 인간에게 전파시키는 몇가지 질병들이 있다. 톡소플라즈마, 묘조병, 피부병이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SFTS)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질병들의 공통점은 고양이가 병원체를 옮기는 매개 역활을 한다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고양이가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면 인간에게 질병을 전파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고양이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되는 질병들이 있지만 대부분 고양이는 병원체를 옮기는 매개 역할을 할 뿐이다. 역설적으로 고양이가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면 인간에게 질병을 전파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셔터스톡 제공.
고양이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되는 질병들이 있지만 대부분 고양이는 병원체를 옮기는 매개 역할을 할 뿐이다. 역설적으로 고양이가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면 인간에게 질병을 전파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셔터스톡 제공.

톡소플라즈마는 임신 초기의 여성분들이 염려하는 질병이다. 쥐를 생식하는 고양이의 1% 정도가 분변으로 충란을 배출되며, 그 분변을 임신 초기의 여성이 만졌을 때 감염될 수 있다. 쥐를 먹지않는 반려고양이가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국내 여성들이 톡소플라즈마에 노출될 가능성은 고기를 덜 익혀 먹거나 농사와 야외 활동 시에 흙 속에 포함된 충란을 접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를 통한 톡소플라즈마 감염이 염려스럽다면 입자가 고운 벤토나이트 고양이 모래를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고양이가 변을 배설하면 마치 '맛동산' 과자처럼 표면에 붙어 변을 말려버리기 때문에 위생적이다. 그리고 화장실 청소는 매일 치워줘야 한다.

낯선 고양이에게 할퀴었다면 경미한 상처라도 깨끗이 소독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상처부위가 잘 낫지 않고 열을 동반한 묘조병이 의심된다면 서둘러 의사의 검진과 처방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낯선 고양이에게 할퀴었다면 경미한 상처라도 깨끗이 소독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상처부위가 잘 낫지 않고 열을 동반한 묘조병이 의심된다면 서둘러 의사의 검진과 처방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묘조병은 고양이에게 할퀴거나 물렸을 때 바르토넬라 헨셀라(bartonella henselae) 균이 상처에 감염돼 상처부위가 잘 낫지않고 임파절이 붓고 열을 동반하는 질병이다. 이 균은 벼룩을 통해 감염되었거나 벼룩 배설물을 접촉한 고양이에게 잠복되어 있을 수 있다.. 위생적이지 못한 공간을 배회하는 집고양이의 10% 정도에서 이 균이 발견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예방은 쉽다. 중성화수술을 시켜주고 고양이가 외출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 혹여 낯선 고양이에게 할퀴었다면 경미한 상처라도 깨끗이 소독할 필요가 있다. 길냥이를 보살피는 캣맘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질병이다.

고양이 피부사상균은 곧잘 사람에게 전파된다. 캣맘이나 보호소에서 봉사하시던 분이면 한 번쯤 경험하셨을 것이다. 공장식 사육 환경에서 자란 어린고양이에게 잠복돼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감염되면 고양이를 자주 안는 팔이나 목부위에 특유의 원형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고양이가 치료되면 가족들의 증상도 자연히 호전되는 편이다. 새로 입양한 고양이는 수의사에게 검진받을 것을 권장한다. 피부검사와 곰팡이 배양검사를 통해 진단받을 수 있다. 의심되는 고양이에게는 약용샴푸를 처방되기도 한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SFTS)은 풀에 존재하는 작은소참진드기가 원인이다.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질병인 만큼 고양이에게도 위험하다. 외출한 고양이 몸에 진드기가 숨어 옮겨올 수 있다. 진드기가 출몰하는 3월부터 11월 사이에는 고양이의 외출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한다면 외부기생충예방용 목걸이 착용을 권장한다.

고양이 카페 처럼 많은 수의 고양이가 어울리는 공간일수록 위생 관리는 더 철저해야 한다. 눈이 닿지않는 구석구석을 매일 청소하고 소독할 필요가 있다. 가정이라 하더라도 고양이 수가 많아지면 질병의 잠재 요인들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지난 2월 부산 수영구 주택가의 한 고양이공장에서 구조된 어린고양이. 구조 당시 저체온증과 결막염, 구강궤양, 바이러스감염증에 귀진드기 마저 감염되어 매우 처참한 상황이었다. 고양이 밀집 사육은 고양이 학대이며 질병의 온상일 수밖에 없다. 동물보호단체
지난 2월 부산 수영구 주택가의 한 고양이공장에서 구조된 어린고양이. 구조 당시 저체온증과 결막염, 구강궤양, 바이러스감염증에 귀진드기 마저 감염되어 매우 처참한 상황이었다. 고양이 밀집 사육은 고양이 학대이며 질병의 온상일 수밖에 없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제공.

고양이 공장식 사육은 여러 측면에서 금지돼야 한다. 뜰창에 가두어 키우는 밀집 사육은 그 자체가 고양이 학대이며 질병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경시하다보니 불법적인 자가치료와 약물 오남용이 빈번해진다. 이러한 행위들은 고양이를 입양하는 가족들의 건강 마저 위협한다.

고양이를 사육하는 직업인이라 해서 고양이를 물건인양 취급해서는 안된다. 경제적인 논리와 사육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자가치료가 만연해져서도 곤란하다. 고양이와 개는 가축 이상으로 수 만년을 인류와 함께 동거동락해 온 반려동물로서 존중받고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 이제 국민 정서는 반려동물을 보살피고 배려하는 행동을 정의롭다고 인식한다. 우리가 아이들을 보살피며 행복해하는 이유와 같다.

동물을 다루거나, 동물과 관련된 먹거리와 용품, 약품을 취급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물복지와 관련된 소양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에서 추진하는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에서 추진하는 "고양이공장스탑" 캠페인 참여하기 : https://www.tumblbug.com/8f810ab9-0b7e-4b4b-af71-ac67a350a1f9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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