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 파고를 넘어라] (3)여행관광업계…“폐업이나 마찬가지”

소규모 국내여행 단품 판매로 연명, 전세버스 업계도 위태위태
‘방역선진도시 대구’ 홍보해 하반기 반전 노려

27일 오후 찾은 대구 중구 서라벌여행사. 직원과 손님용 의자가 텅 비어 있다. 서라벌여행사 관계자는
27일 오후 찾은 대구 중구 서라벌여행사. 직원과 손님용 의자가 텅 비어 있다. 서라벌여행사 관계자는 "대구 모든 여행사가 다들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채원영 기자.

생명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행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덮친지 100일이 지나서도 대구의 여행·관광업계는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대구시청에서 공평네거리 쪽으로 약 200m를 걸어오면 7~8개 여행사가 밀집한 거리가 있다. 27일 오후 찾은 이 일대는 일부 여행사가 문을 닫은 가운데 '당분간은 전화 상담만 한다'는 안내문만 붙은 곳도 있어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지난 1988년 시작해 창업 32년을 맞은 서보익 서라벌여행사 대표는 "10년 단위로 위기를 맞았지만 지금처럼 큰 위기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서라벌여행사는 16명의 직원을 고용해 대구 여행사 중에서는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그러나 지금은 서 대표와 3명의 직원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유급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평소 같았으면 사무실에 쉴 새 없이 울릴 전화벨 소리도 이날은 들리지 않았다.

대구 여행사의 주력 상품인 중국, 일본, 동남아로 향하는 하늘길이 모두 막힌 상태라 여행업계는 생존을 위해 국내여행 단품 위주로 판매전략을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비행기, 버스, 숙소, 식당, 렌터카 등 여행 전체를 아우르는 패키지 위주 판매였다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단체관광 수요가 사라지면서 여행객이 원하는 한 두 가지 서비스만 골라 판매하는 단품 판매 위주로 변했다.

서 대표는 "살아남으려면 단품 판매라도 하면서 영업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구 일부 여행사는 폐업한 곳도 있고 나머지 대부분 회사는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 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다른 여행사 대표 A씨도 "(폐업)신고만 안 했을 뿐이지 폐업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개별 여행사 전략만으로는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치로 나타난 대구 여행관광업계의 타격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 2월 대구를 방문한 외래관광객은 5만7천72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1%(2만6천59명)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외래관광객 감소율 15.1%의 두 배가 넘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3월 방한한 외래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94.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시는 지난달 대구 관광객 감소폭이 더욱 클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 주요 관광지 또한 사실상 운영을 중단해 1, 2월 주요 관광시설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3.5%(123억원) 줄었다.

전세버스 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밀폐된 차량에 여러 사람이 모여 이동하는 것을 꺼려 전세버스 수요는 사실상 '0'에 가까운 상태다

대구에서 전세버스 업체를 운영하는 이근희 신동아고속관광 대표는 "6월까지는 일이 하나도 없어 버스 11대를 휴업신고한 상태"라며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는 뾰족한 출구전략을 마련할 길이 없다. 대구 50여 개 전세버스 업체가 모두 위태롭게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관광업계의 하반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제갈진수 대구시 관광과장은 "계속해서 해외유입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섣불리 관광 활성화를 추진하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대구 시민이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우수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방역선진도시 대구의 이미지를 널리 알려 하반기에는 조금이라도 관광업계 타격을 만회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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