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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의 디자인,가치를 말하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게임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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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산업디자인과 부교수
김태선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산업디자인과 부교수

차를 타고 지나다 잠시 정차하니, 도로 옆 건물들에 붙어 있는 '임대문의' 딱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어떤 연예인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당시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던 그는 저 딱지들을 보면서 한국에 엄청난 부동산 재벌이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큰 건물, 작은 건물 할 것 없이 '임대문의' 딱지가 붙어 있어서, 그 딱지가 붙은 건물들이 모두 '임대문'(씨)의 건물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의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어이없기도 해서 피식 웃었던 그때와 지금은 사뭇 달라진 것 같다. 1층인데도 공실로 비어 있거나 휴업 상태인 상점들도 쉽게 발견된다. 1930년대 대공황 이래로 최악의 경기 침체가 될 것이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망이 우리의 일상에서 확인되는 모습들이다.

대공황, 미국 경제가 쇠퇴의 길로 치닫던 시기, 그 걱정과 우려의 시기에 산업디자인은 탄생했다. 위축된 소비로 힘겹고 시장 활력을 되찾을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 속에서 산업디자이너가 세상에 등장한 것이다. 1세대 산업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이들은 두려움 때문에 소심하게 사업을 운영하기보다는 소비자의 수요 창출이 불황을 타개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이들은 제품의 형태, 컬러, 소재 등의 변경을 통해 겉모양을 바꿈으로써 소비자에게 미적 만족을 주고, 동시에 기업에는 생산비용 절감과 제품 가치 제고를 통해 기업이익을 확대시킴으로써 고용을 늘리는 효과를 창출했다.

당시 활동하던 1세대 산업디자이너 가운데 피터 뮬러 멍크(Peter Müller-Munk)가 1935년에 디자인한 '노르망디 물주전자'(Normandie Pitcher)는 대공황 시기의 산업디자인을 대표하는 사례 중 하나이다. 그는 은(銀) 대신에 크롬이 도금된 황동을 적용해 사선이 강조된 모던 유선형 스타일의 물주전자를 디자인했다. 은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적용함으로써 관리와 손질이 쉬우면서도 가격을 낮추고, 당시 유행 스타일을 적용해 시대적 미감을 만족시킴으로써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되살렸다. 이렇게 그의 주전자는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코닉 디자인이 되었다.

불황의 시대에 탄생했던 산업디자이너의 작업물들은 기계 덩어리에 가까웠던 당시의 물건 만들기의 규칙을 깬, 룰브레이커(rule breaker)이자, 극심한 판매 부진의 시장 흐름을 바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였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은 저성장의 대침체 후 포스트 코로나의 경제적 대봉쇄 시기를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30년대의 대불황과 현재의 대봉쇄, 경제적 재난 사태가 쌍둥이처럼 같지 않고,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또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불확실의 추종자가 아니라 게임의 룰을 바꾸는 시장의 창조자로서 미래를 설정하고,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다시 한번 디자인계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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