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5 총선 압승 직후 역풍을 경계하며 한껏 자세를 낮췄던 여권이 본격적인 힘자랑에 나서며 오만함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177석인 원내 절대다수 의석을 무기로 국회 전(全) 상임위원장 독식 가능성을 언급하는가 하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사건도 뒤집기를 시도 중이다. 또한 국민적 지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윤미향 당선인 엄호의지도 불태우고 있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전(全) 상임위 독식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제21대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27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절대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인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갖고 책임 있게 국회를 운영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 것"이라고 했다.
원 구성 협상 테이블에 앉을 김태년 원내대표도 "야당의 정부 견제는 특정 상임위를 가져가느냐가 아니다"며 "잘못된 관행으로 견제하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고 거들며 일전을 예고했다.
정치권에선 원 구성 협상의 핵심쟁점인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배분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여당이 극단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오만함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당장 제1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대구 수성갑 당선인)는 "지금 국회 엎자는 거지. 민주당으로 (국회를) 다 채우라고 하라"면서 "자기들이 30년 야당 할 때 자기들 주장 때문에 (상임위원장을) 못 가져오는 것 아닌가. 입장이 바뀌면 국회가 뭐 때문에 필요한가"라고 발끈했다.
김태흠 통합당 의원도 "민주당은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오만에 빠져 야당을 무시하고 자기들 뜻대로 국회를 주무르겠다는 발상을 당장 중단하고 국회의 관례를 존중하며 원 구성 협상에 임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친노 대모', 한명숙 전 총리 판결 뒤집기
민주당은 '친노 대모'로 평가받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 뒤집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위증을 위한 교육까지 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사건을 조작해 서울시장 선거까지 개입한 것으로 중차대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통합당의 윤미향 당선인 국정조사 추진에 맞불을 놓는 차원에서 검찰의 권력 남용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출연해 "국가권력의 불법행위와 관련된 것이라면 국정조사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국민이 쥐여준 권력을 정파의 한(恨) 풀이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반발이 거세다.
정병국 통합당 의원은 "막 가자는 거다. 한 전 총리가 의원 쪽수가 부족해 유죄 판단을 받았나"라며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그 결말이 어떻게 되겠나. 정권이, 권력이 무한한가"라고 비판했다.

◆윤미향 당선인 향한 공개 엄호 확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신상 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며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을 받는 윤 당선인을 공개적으로 엄호했다.
'사실 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소속 의원들에게는 함구령을 내린 수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본격적으로 '윤미향 구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이 대표의 발언 직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국민 10명 중 7명이 '윤 당선인이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 대표를 머쓱하게 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22일 당선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민주당의 전신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었을 때는 환기하며 "우리는 승리에 취했고 과반 의석을 과신해 겸손하지 못했다"고 반성하고 겸손을 강조한 바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총선 직후 '열린우리당 아픔'까지 소환하며 겸손을 강조했던 여권이 핵심지지층의 목소리에 과잉몰입하면서 초심을 잃은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여권 내부에서도 '중도성향 유권자의 견제심리를 자극해 2년도 채 남지 않은 차기 대선에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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