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장마철이면 유난히 무서움을 호소하는 반려견이 많다.
비를 무서워하는 페니(발발이·2살)가 병원을 찾았다. 사교적인 페니는 동물병원에 오면 간호사들이랑 입 맞추기 바쁜 애교쟁이였다. 하지만 오늘은 우울한 눈빛으로 혀만 날름거리며 주변 눈치만 보고 있었다. 보호자는 페니가 평상시에도 흐린날은 울적해 한다 생각했는데, 요 며칠 비가 오며 천둥이 치자 도통 먹지도 않고 잠도 못이루더니 지난 밤에는 경련을 했다고 말했다. 페니에게 질병이나 통증이 있는지 검사해봤지만 경미한 탈수 증상 외에는 건강의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보호자와의 더 깊은 상담을 통해 페니가 비오는 날 침울해하는 경향 외에도 맑은 날에도 갑자기 놀란듯이 보호자 품을 파고들며 오늘 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두려워하는 경우들이 있어왔음을 확인했다.
개의 청력과 진동음을 감지하는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자연계에서 발생하는 지진파, 천둥, 비바람 소리를 아주 멀리서도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울림들은 주파수 음역대가 낮아 멀리까지 진동으로 전파된다. 이러한 울림들은 모든 동물들을 두렵게 만든다. 사람이 천둥이나 지진을 두려워하는 본능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동물들은 이러한 울림들을 멀리서부터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두려움은 사람에 비해 훨씬 이전부터 형성되며 울림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두려움의 강도는 높아지게 된다.
반려견은 성장하며 경험을 통해 그 두려움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수의 반려견은 그 두려움이 오히려 강화되어 극도의 불안 증세로 발전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하여 비행기나 오토바이의 굉음, 공사 소음, 폭죽 소리 등을 자연의 천둥이나 지진의 울림처럼 인식해 버리기도 한다. 페니가 맑은날 갑작스러운 무서움을 호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가 두려움을 느끼면 구석으로 숨거나 몸을 떠는 행동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플로리다 주립 수의과 대학의 테리 커티스(Terry Curtis)는 개가 귀를 뒤로 접고 꼬리를 내리며, 눈이 커지며. 헐떡 거리거나, 입술을 핥고 하품하는 행동들도 두려움의 표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때로는 창문 밖을 향해 짖거나 안절부절못하고 폭력적인 경향을 보이는 개들도 있다.
비바람과 천둥, 도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울림 소리를 두려워하는 반려견에게 두려움을 완화시키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첫째. 개가 두려울 때 숨을 공간을 마련해두자.
개가 아프거나 외로울 때 위안이 될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어릴적 하우스 훈련이 정서적으로 도움되는 이유와 같다. 두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피난처에 자리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피신처는 보호자가 정해서는 안되며 반려견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지켜보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둘째. 두려운 울림 소리는 백색소음이나 음악으로 상쇄시킬 수 있다.
TV, 라디오의 볼륨을 높이거나 음악을 틀어주면 외부의 두려운 울림들을 상쇄시킬 수 있다. 볼륨을 높이면서 장난감을 던지고 물고 오기, 노즈 워커로 간식 찾기 등의 긍정적인 인식을 심겨준다. 반려견에 따라서는 첼로 음악이나 클래식음악에 더 쉽게 안정을 찾는 경우들도 있다.
셋째. Anti -Anxiety wrap(불안감을 줄이는 붕대매듭)를 적용해보자
보호자를 의지하는 반려견은 보호자가 안아주면 큰 위로가 되겠지만, 지나친 의존은 보호자가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더 난감해질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개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Anti -Anxiety wrap(불안감을 줄이는 붕대매듭)을 추천드린다.
탄력붕대나 머플러 등을 이용하여 누구나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새끼 때 어미개와 밀착되면 정서적 안정을 느끼듯이 적당한 압박감을 유지하며 붕대로 가슴과 배를 감아주면 반려견은 불안감이 줄어든다.

같은 목적으로 몸이 약간 쪼이는 듯한 조끼 형태로 제작된 상품들도 적용할 수 있다.

페니처럼 불안감이 고조되어 이미 건강에 이상을 초래할 정도라면 적극적인 약물 처방이 병행되어야 한다. 페니에게는 신경안정제와 멜라토닌을 처방했으며, 탈수 증상 완화를 위한 식이관리를 당부드렸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두려움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법들을 알려드렸다.
내 개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보호자가 인지하는 소리보다 훨씬 다양하며 멀리서부터 듣게 된다. 보호자는 반려견의 행동을 통해 반려견이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인지를 관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장마철 천둥과 비바람에 대한 두려움을 반려견이 느낀다고 의심되는 즉시 두려움을 완화시키는 노력들을 적용해주시기 바란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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