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년 연고 마감하는 상주상무 왜 이렇게 잘 하나

K리그1 최근 6경기 5승1무, 3위 마크…성적 부담 사라지면서 기량 마음껏 발휘

2020 시즌을 끝으로 상주를 떠나는 상주상무프로축구단을 바라보는 상주시민들의 처지가 안타깝다.

2011년 1월 상주상무피닉스축구단으로 출범, 2012년 상주상무프로축구단으로 명칭을 바꾼 상주상무는 그동안 K리그1, 2에서 '군인정신'을 앞세우며 존재감을 보였다.

상주 연고로 계약을 끝낸 상무는 내년에는 인근 지역인 김천을 연고지로 해 K리그2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상주는 구단주인 강영석 시장이 시민프로축구단으로 전환을 포기한다고 밝힘에 따라 중소도시의 큰 자랑거리였던 프로축구단을 잃게 됐다.

프로축구단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상주시가 판단을 잘못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이런 저런 배경을 떠나 상주시민들과 10년을 함께 한 상주상무는 성적만큼은 '유종의 미'를 예고하고 있다. 올 시즌 상주상무는 12개 팀이 경쟁하는 국내 최고 무대 K리그1에서 당당히 3위를 달리고 있다.

국가대표급 멤버로 구성된 상주상무는 매년 초반 강세를 보이다 중후반 약세로 돌아섰지만 올해는 예전 전철을 밟지 않을 것 같다.

지난 18일 열린 대구FC와의 12라운드는 상주상무의 진가를 과시한 경기였다. 대구의 전력이 만만치 않음에도 상주상무는 시종 경기를 압도하며 2대0으로 승리했다. 7~10라운드 4연승 후 11라운드에서 최약체 인천과 1대1로 비겨 상승세가 꺾인 듯 했으나 대구를 완파하며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내년 연고지를 옮기고 2부로 자동 강등하는 상주상무는 왜 이렇게 잘 하는 것일까? 많은 축구팬들과 상주시민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경찰청 프로축구단 해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양분된 국가대표급 스쿼드가 한 군데 몰림에 따라 전력이 강해진 것이다.

스쿼드가 젊어진 점도 눈에 띈다. 예전에는 소속 팀에서 전력을 쏟은 뒤 군 복무에 나선 나이 든 선수들이 주축이었는데 올해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핵심 공격수 오세훈은 21세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성적'이란 부담감에서 벗어나면서 기량을 마음껏 펼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김태영 상주시축구협회장은 "원래 실력 있는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되면서 진짜 실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 회장은 "상주상무 김태완 감독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한다"는 해석도 했다. 상주에서 코치와 감독대행, 수석코치를 거쳐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의 성적에 대한 의지가 선수단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성적이 만사'인 프로 무대에서 잘 나가는 팀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프런트와 상주시민들의 마음은 뒤숭숭하다. 이전에 더 잘 해서 시민프로축구단 창단의 명분을 만들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다. 삶의 터전인 직장을 잃게 되는 프런트는 불안감에 웃지 못한다.

지난 6월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영석 상주시장이 상주상무프로축구단에 대한 시민프로축구단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상주시 제공
지난 6월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영석 상주시장이 상주상무프로축구단에 대한 시민프로축구단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상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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