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의 잘못된 정책이 불러온 '경북 체육 참극'

'팀킴' 사태, 고 최숙현의 비극은 성적내기가 발단…경상북도는 현 시대상 맞는 체육 비전 제시해야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경북체육회 소속 여자컬링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경북체육회 소속 여자컬링팀 '팀킴'의 주장 김은정 선수 등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본지 지난 3일자 25면에 실린 '트라이애슬론 최숙현의 비극, 경북체육회가 잉태한 것 아니냐'는 관람석 기사를 좀 더 들여다본다.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최숙현의 비극이 경상북도 체육계를 강타했다. 지난 20일에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팀킴'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팀킴'은 2018년 11월 호소문 발표로 발단이 된 사태에도 관련자 처벌 및 정상화 노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 최숙현과 '팀킴' 사태의 중심에는 경북체육회가 자리 잡고 있다. 최숙현이 몸담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은 경북체육회가 만들어 넘긴 팀이고, '팀킴'은 지금도 경북체육회 소속이다.

두 사태는 공통점이 있다. '성적 지상주의'가 빚어낸 잘못된 결과물이다. 전국체전과 전국동계체전의 성적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두 팀은 모두 남들이 부러워하고 시기할 정도로 성공했다.

경북체육회는 궁극적으로 경북도와 도지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체전용 팀들을 만들었다.

'주군' 도지사의 체육 분야 업적을 쌓으려는 '충신'들은 도체육회 사무처장들이었다. 경북도에서 낙하산 인사로 부임한 사무처장들은 하나같이 체육을 몰랐다. 체육 정책을 통한 인프라 구축이나 비전 제시는 이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사무처장들은 지자체장의 2중대 역할을 할 조직 구성과 치적이 될 전국체전 성적 올리기에 집중했다.

'행동대장' 역할은 사무처의 A 부장이 집중적으로 맡았다. 도체육회 예산의 60% 이상을 배정받은 A 부장은 '숨은 실세'였다. '팀킴'과 장윤정이 주축이 된 경북체육회 트라이애슬론 팀도 그에 의해 만들어졌다.

근절되지 않는 체육계 폭언과 폭력, 횡령 등 갑질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경북도의 체육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 도체육회가 지자체장의 선거 조직이나 얼굴 빛내기 용도로 이용되는 한 '팀킴'이나 고 최숙현에 이은 제3, 제4의 사태가 터져 나올 것이다.

올해 선거로 출범한 민간인 회장 체육회가 지금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정책' 없이 '충성'만 요구한 경북도에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성적내기 중심의 잘못된 정책을 민간인 회장이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내년 제102회 대회로 연기된 제101회 전국체전(주 개최지 구미시)에서 경북도는 우승을 목표로 했다.

내년 구미 체전에서도 경북도는 우승하겠다고 큰소리 칠 것인가. 경북 지자체에는 여전히 체전 우승과 경북도민체전 성적내기를 위해 만들어진 많은 실업팀들이 있다.

경북도의 체육 정책이 도민 건강 챙기기와 스포츠를 통한 직간접적인 욕구 해소, 초중고대학과 실업의 선수 연계 육성, 인프라 확충 등으로 새롭게 수립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운영비가 많이 드는 '팀킴'과 같은 국가 체육을 포기하고, 체전용 국내 용병(타 시도 우수선수) 영입을 중단해야 한다. 인구, 경제 규모로 볼 때 중위권 성적에 만족해야 할 경북도가 매년 전국체전에서 3위 이상을 하려고 달려들었으니 그 부작용이 오죽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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