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지현 검사 "누구편인지 입 열라 강요하는 것 응할 의무 없다"

"저는 슈퍼히어로도 투사도 아니고 정치인도 권력자도 아냐"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인 서지현 검사가 2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문화마당에서 열린 여성안전 정책자문단 위촉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인 서지현 검사가 2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문화마당에서 열린 여성안전 정책자문단 위촉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투 운동의 촉발자 서지현 검사가 보름여 만에 소셜미디어 활동을 재개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는 비판에 괴로움을 토로한 서 검사는 지난 13일 "힘들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누구를 원망하려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도 할 수 없는 페북은 떠나있겠다. 참으로 세상은 끔찍하다"며 돌연 SNS를 떠났다.

서 검사는 2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며 "많이 회복됐다 생각했던 제 상태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게 돼 당황스러운 시간이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서 검사는 "일단 제 자신을 추스려야 했기에 저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하고 페북을 닫았음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쏟아지는 취재요구와 말 같지 않은 음해에 세상은 여전히 지옥임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평소 여성인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서 검사가 "왜 박 전 시장 의혹에 대해선 침묵하냐"는 비판에 대한 해명도 했다.

서 검사는 "(박 전 시장) 가해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제가 가해자 편일 리가 없음에도, 맡은 업무 내에서, 개인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한 상태임에도,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공무원이자 검사인 저에게 평소 여성인권에 그 어떤 관심도 없던 이들이 뻔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누구 편인지 입을 열라 강요하는 것에 응할 의사도 의무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여성인권과 피해자 보호를 이야기하면서 이미 입을 연 피해자는 죽을 때까지 괴롭혀주겠다는 의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이들의 조롱과 욕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라며 "저는 슈퍼히어로도 투사도 아니고 정치인도 권력자도 아니고, 공무원으로서 검사로서 지켜야할 법규가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서 검사는 이런 일이 계속 되리라는 생각에 숨 막힌다면서도 "제가 지켜야 할 법규,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아수라가 지나고 나면 더 좋은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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