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 보인다.
이미 전문가들의 경고가 있었다. 이를 무시하고 7월 말에 교회 내 소모임 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섣불리 쿠폰까지 쏴가며 여행을 장려한 것이 실책이었다. 바이러스를 벌써 다 잡은 것처럼 그릇된 메시지를 낸 대통령의 책임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와 별도로 8·15 광화문 집회를 연 극우 세력의 행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물론 광화문 집회가 코로나바이러스 2파를 일으킨 것은 아니다. 집회 이전에 이미 대규모 확산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이번 집회를 강행한 이들의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런 조짐이 보였기에 집회는 자제했어야 한다.
광화문 집회가 현재 코로나바이러스의 최대 클러스터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광훈 목사, 주옥순 대표, 차명진 전 의원, 유튜버 신혜식 등 주도자들부터 줄줄이 확진됐다. 집회와 관련해 벌써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그것도 전국에서 나오고 있다. 집회에서 감염된 이들이 바이러스를 전국으로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제일교회의 행태다. 이미 800여 명의 확진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외려 방역에 극렬히 저항하고 있다. 검사를 거부하고, 격리 지시를 어기고, 격리 중 도주를 하고, 심지어 "너도 걸려 보라"며 보건소 직원을 껴안고 침을 뱉는 일까지 있었다. 신천지 교단도 이러지는 않았다. 대체 왜들 그러는 걸까? 광신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먼저 종교적 광신이 있다. 전광훈 목사의 말이다. "만약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다음 주 예배에 나오라. 주님이 다 고쳐 주신다." "우리는 병에 걸려 죽어도 괜찮다. 우리는 하늘나라가 확보된 사람들이다. 목적이 죽는 것이다." 그 교회에서 대규모 감염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던 것이다.
거기에 정치적 광신이 중첩된다. "이미 대한민국은 북한의 김정일 통치하에 들어갔고, 또 북한의 김정은이 오더를 내리면 청와대가 그대로 받아서 시행하는 겁니다." 목사가 이러니 그를 신으로 아는 신도들이 검사와 격리를 공산정권에 의한 탄압과 구금으로 여겨, 나라 구하는 각오로 방역에 극렬히 저항하게 된 것이다.
이 두 가지 광신은 로고스(이성)와 에토스(윤리)를 파괴한다. 가령 '예배로 바이러스를 치료한다'거나, '대한민국이 김정일 통치를 받고 있다'는 말은 성한 정신으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나아가 이 위험한 시기에 집회를 열고 방역을 거부해 동료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 역시 사회상규에 현저히 위배되는 행위다.

이 노골적인 반(反)사회성이 바로 사이비 종교의 특성이다. 사이비 교주들은 신도들의 광신을 이용해 스스로 신이 되기 마련이다. 전광훈 목사는 한술 더 뜬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최근 개신교 일각에서도 그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전 목사는 이단성이 있는 이단 옹호자로 규정함이 가한 줄 안다."
종교적 광신이 기독교를 욕보이듯이 정치적 광신은 보수주의를 욕보인다. 미래통합당에서는 뒤늦게 이들 세력과 선을 그으려 했지만 때는 늦어버렸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광화문 집회의 책임을 엉뚱하게 통합당에게 뒤집어씌웠다. 김문수, 차명진, 김진태, 홍문표 등 통합당 전·현직 의원들이 집회에 참석한 이상 발뺌하기도 뭐하게 됐다.
통합당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저들은 광화문에서 '건국절' 집회를 하려 했고, '건국절' 기획은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통합당에서 중도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 노력이 바라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우선 보수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이들 혐오 기피 세력과 명확히 갈라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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