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 바다 속의 모래까지 녹일 거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시 위로"(검정치마 曲, 'Antifreeze' 중)
노래 가사처럼, 살을 에는 추위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버티는 이들이 있다. 지역의 인디 음악가들 이야기다.
◆지역 문화계에 찾아온 빙하기, 그래도 그들은
코로나19 시대를 살며 우리는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멀어지는 경험에 익숙해졌다. 문화예술 공연이 대표적인 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고정값이 돼버린 오늘날,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끊긴 지 오래다. 지역 문화계에 '빙하기'가 찾아온 것이다.
대구문화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합 활동 금지·제한 방침으로 지역 문화계 공연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나 다름없다"며 "한 전업 예술가는 '패스트푸드점 알바도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며 재단을 찾아오기도 했다. 이들을 위한 생계지원 사업도 존재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메꿀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의 빙하기는 기획사 없이 독립적인 음악 활동을 하는 인디 음악가들에게 유독 냉정했다.
대구에서 10여 년 가까이 음악활동을 이어온 밴드 '당기시오'의 멤버들은 코로나19가 번진 수개월 간 택배 물류, 농촌 작물 재배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해왔다고 했다. 소규모 공연장조차 문을 닫는 상황 속에서 인디 밴드가 설 자리는 없었고, 기존 강사로 근무하던 음악학원조차 정상적인 운영이 힘들었던 탓이다.
그러나 포기하기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너무 크다. '당기시오'의 멤버 석병관 씨는 "당분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긴 힘들어 보인다"면서도 "당장 생계에만 급급하니 음악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없더라. 요즘은 가급적 음악 활동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밴드 '혼즈(Hon'z)'의 보컬 홍시은 씨에게도 최근 문화계의 변화는 적응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는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만나 우리를 홍보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도 발전의 큰 원동력인데 근 몇 달 간은 공연 기회조차 없어 아쉽다"면서도 "경제적으로나 공연 기회로나 힘든 건 사실이지만 음악적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긍정적인 면모를 보였다.
◆비대면 공연으로 활로 찾는 인디 문화
지역 문화계의 추운 겨울이 길어지지만 인디 음악가들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유튜브 등 채널을 활용한 '비대면 스트리밍 공연'은 최근 이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대안이다.
대구에서 랩퍼 '탐쓴'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정빈 씨는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7~8차례 비대면 공연을 선보였다. 그는 "처음 비대면 공연을 시작했을 때는 늘 앞에 있던 관객이 없어 어색했고 기술적인 시행착오도 있었다"면서도 "촬영 장비만 있으면 기존 공연에 비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비대면 공연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당분간 비대면 공연만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의 소규모 공연장도 비대면 공연을 통한 활로를 찾고 있다. 지역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락왕'은 지난 6월부터 지역의 예술가들의 무대를 유튜브 실시간 영상으로 송출하는 '뮤직앤팁박스' 공연을 진행 중이다.
뮤직앤팁박스는 음악가, 공연장, 공연기획자, 영상제작자 등 지역의 문화적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비대면 공연을 꾸리자는 취지로 계획됐다. 현재까지 13회차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공연을 위한 수익 구조도 마련했다. 영상에 공연 제작팀의 계좌번호를 올리고 시청자들에게 공연 후원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창출한 수입은 공연 제작에 기여한 모든 사람들이 나눠 가진다. 공연 관계자는 "온라인 후원으로 한 공연에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벌어들이는 등 예상보다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며 "시청자들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공연의 질을 계속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류선희 락왕 대표는 "온라인 공연은 단순히 오프라인 공연의 한시적인 대체물로서의 기능을 넘어 공연 시장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함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이 공연을, 적어도 100회는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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