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올해 추석은 언택트잖아요. 아이들도 코로나19 때문에 어디 나가기 싫대요. 동서한테도 이번 추석은 어떻게 할지 물어봤는데, 올해는 좀 아닌 것 같다고 해서요. 어머니 추석 끝나고 잠깐 저희만이라도 방문할게요. 용돈은 어머니 계좌로 붙였어요. 금방 찾아뵐게요."
경북 성주군에 사는 김춘자(88·가명) 할머니는 70여 년간 함께했던 남편을 지난해 떠나보내고 홑몸으로 살고 있다. 10개월째 코로나19가 이어지면서 올해 추석은 자식 없이 혼자 맞게 됐다. 슬하에 3남1녀를 두고 있는 김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가 왔지만, "올해는 힘들 것 같다"는 전화뿐이다. 김 할머니는 "괜찮다. 건강이 최고다"라고 말했지만 마음 한편으로 '잠깐 만이라도 힘들까'라며 내심 서운하다.
전례 없던 코로나19로 민족 대명절인 추석도 비대면으로 맞게 되면서 부모·자식 간 관계마저 소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어르신들은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도 이대로 이어질까 불안해하고 있다. 고령군에 살고 있는 신모(70) 씨는 "예년처럼 온 가족이 모이진 않았지만, 추석 당일 큰 아들 집에 가서 점심이라도 먹고 왔다"며 "1년에 몇 번 보지도 못하는데 이마저도 못 보면 쓸쓸할 것 같았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추석에 비대면을 유지하면서도 이들의 관계가 서먹해지지 않도록 온라인을 활용한 콘텐츠 마련을 고심하기도 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영상통화를 활용한 추석 문화를 강조하면서 ▶영상통화로 안부 전하기 ▶온라인으로 차례지내기 ▶영상통화를 통한 명절음식 레시피 나누기 등 방법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 서로 익숙지 않다보니 기껏해야 전화통화가 전부다. 이영범(52) 씨는 "부모님들이 아직까지 폴더폰을 쓰시니 이번 추석은 전화통화로 안부를 물었는데, 역시나 내심 서운하신 눈치였다"며 "비대면으로 추석을 보내라고 하지만, 부모님이 언제까지 살아계실지도 모르는데 아내·자식은 두고 나 혼자만이라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모님들이 내심 서운해 하니 귀성 여부로 갈등을 겪는 부부도 있다. 장남인 김진한(39) 씨는 얼마 전 추석 당일 만큼은 귀성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에 코로나 얘기를 하며 가지 말자고 한 아내와 다퉜다. 예전처럼 1박2일은 있지 못하더라도 추석 오전은 가야 되지 않겠냐는 게 김 씨 생각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귀성 여부 이견을 서로 좁히지 못해 이를 하소연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문제로 남편과 다퉜다는 한 글쓴이는 "직장 내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예민한 편인데 남편이 왜 너만 유난을 그렇게 떠냐고 해 기분이 찝찝하다"고 했다. 이에 차라리 국가적으로 추석기간 이동 금지를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여럿 올라오기도 했다.
요양원 어르신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이번 추석은 홀로 지내게 됐다. 진명고향마을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석표 대구시노인복지협회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어르신들에게 이번 추석은 가족들이 못 온다고 전하니 어쩔 수없이 받아들이지만 한편으로 많이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걸 지켜보는 우리들도 정말 슬프고 힘들다"며 "이번 명절에 어르신들이 한가위를 보내는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가족들에게 전달할 예정이지만 거리두기로 어르신들 간에도 떨어져 지내야 한다"고 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 위험성을 강조하며 지나친 사회적 통제를 통해 국민 일상생활을 옥죄는 방식으로 가면 안 된다"면서도 "이번 추석은 비대면 방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허 교수는 이어 "코로나19 상황으로 직접적 대면이 힘들어진다고 해서 가족관계가 무너지지는 않는다"면서도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거나 온라인 선물을 보낸다거나 등의 방법을 통해 꾸준히 관계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활동이 서툰 어르신들을 도와줄 수 있는 정부 대책도 함께 고심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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