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추석 이후 정국의 뜨거운 또 다른 인물로 최재형 감사원장이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재형의 감사원은 추석 연휴 직후인 이달 8일 감사위원 회의를 열고,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한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 열린 감사원의 직권심리(職權審理) 과정에서 주요 감사 대상자들이 그동안의 감사원 조사에서 인정했던 진술을 뒤집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사결과 발표 차질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의 직권심리는 최재형 감사원장을 포함한 현 감사위원 6명 전원이 지난 1년 간의 감사결과에 대해 사실관계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자리이다.
이날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산자부·한수원의 핵심 피감사인들은 그동안의 진술에 대해 "압박에 의한 것이었다." "진술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친여 성향의 탈원전 시민단체들은 최근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범여권이 탈원전 정책과 관련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해 불리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재형 감사원장과 감사팀을 흔들고 감사 결과 뒤집기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정부·여당의 폭압과 비민주적 행태가 도를 넘고 있지만, 야당의 존재감과 역할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고립무원의 처지로 버려두었듯이 최재형 감사원장 지키기마저 포기할 것이가"라고 반문했다.
▶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의 경과?
월성 원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는 지난해 9월 30일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던 사안이다.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한 감사 결과는 결국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탈원전'에 대한 시시비비를 따지는 핵심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친여성향 시민단체 등 범여권의 입장에서는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는 것'을 봉쇄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 같은 정치적 이유로 인해 1차 감사 시한(3개월)인 지난해 12월 말 감사결과를 발표하지 못했고, 올해 2월 말 2차 기한(2월 말)도 지키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심증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정치관에서 나오자, 올해 7, 8월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최재형 감사원장과 감사팀에 대한 고강도 공세와 압박을 펼쳤다. 친여성향 시민단체들은 고소·고발을 통해 측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청와대도 최재형의 감사원에 대한 포위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옮겼고, 신임 시민사회수석으로는 탈원전 운동가 김제남 기후환경비서관을 임명했다. 최재형의 감사원은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내몰린 셈이다.
청와대는 최후의 한 수로 공석 중인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2차례 이상 추천했다. 감사원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 등 각종 감사 사항을 최종 의결하는 감사원 최고의 협의체이다.
현재 감사위원들의 의견이 상당히 대립하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및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각을 세워온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감사원 감사위원이 될 경우 월성원전 감사 결과는 '예상 대로' 나올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재형 감사원장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의 감사위원 제청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감사원의 정치적인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하라는 헌법상의 감사원장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산자부·한수원 등 주요 감사 대상자들이 지난 1년간의 감사결과에 대해 최종적으로 사실관계를 하는 감사원의 직권심리에 참석, 그동안의 진술을 사실상 번복했다. 피감사자들이 국회가 여야 합의로 청구한 감사원 감사에 대해 최종 단계에서 기본적인 사실까지 뒤집는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어떤 사람?
최재형 감사원장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그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또한 관심을 끌고 있다.
최영섭 대령은 우리나라 해군의 최초 전투함인 백두산함의 갑판사관이었다. 백두산함은 해군 장병과 그 아내들이 모은 성금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구입했고, 6.25 첫 해전인 대한해협 해전에서 북한군 600여 명이 탄 수송선을 격침시켜 6.25 전사상 최초의 승리를 기록했다.
최 대령은 이후 인천상륙작전 참전, 1965년 간첩선 나포 등 각종 무공을 세우면서 무공훈장 3회를 포함해 모두 6회의 훈장을 수훈했다.
최영섭 예비역 육군대령의 맏아들인 최재형 감사원장은 1956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제23회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서울지법 부장판사, 대구고법 부장판사, 대전지방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장 등을 지냈다.
최 감사원장은 특히 중학교 때 교회에서 만난 친구가 사고 수술 후유증으로 1년 늦게 경기고에 입학하자, 서울 신촌에서 경기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업고 등교한 일화로 유명하다. 최 감사원장은 그 친구와 함께 1981년 사법고시에 나란히 합격했다.
두 딸을 둔 최 감사원장 부부가 두 아들을 입양해 훌륭하게 키워낸 이야기도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조국 씨는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최 감사원장 후보에서 전화를 걸어 "감사원장으로 원장님 만큼 적합한 분은 없습니다. 원장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든 감사원장 내정자로 발표하겠습니다"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해오셨기 때문에 감사원장으로 아주 적격인 분이시다.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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