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바오'(红包)시대다.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는 수시로 '홍바오'를 날리고 중국 친구들도 기념일이 되면 어김없이 홍바오를 보내온다. 명절에는 아예 중국 정부나 지방정부도 떡값 홍바오를 뿌려댄다.
국경절과 중추절, 이른바 '쌍절'(双節)연휴가 8일로 끝나고 14억 명의 중국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코로나 청정국'을 자처하는 '코로나 발원국' 중국은 황금연휴 기간 6억7천만 명이 여행에 나서 돈을 펑펑 쓰고 다녔다. 황금연휴 기간 국내 소비가 5% 이상 늘어날 정도로 소비 경기는 반짝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 도시 전체가 봉쇄된 우한 시민들의 고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 등을 보전하겠다며 재난지원금을 온 국민에게 지원한 바 있지만 코로나 재난지원금은 중국 우한에서 먼저 뿌렸다.
지난 3월 중순, 중국 정부는 우한에 고립된 외지인 6천여 명에게 1인당 최대 3천위안(약 51만5천원)씩 총 1천609만여위안을 지급했다. 봉쇄령이 갑자기 발령되는 바람에 우한을 떠나지 못해 고립된 외지인들을 위한 생활구조금으로 일일 300위안씩 최대 10일치를 지급한 것이다. 또한 신규 직원을 채용한 기업에도 1인당 2천위안씩의 고용 인센티브를 지원했다.

중국의 '떡값 홍바오'는 이보다 훨씬 전부터 지급됐다. '홍바오'는 춘절(春節·설날)에 덕담과 함께 주는 세뱃돈이다. 악귀와 액운을 물리치라는 의미에서 붉은 봉투에 돈을 넣어주면서 '홍바오'(붉은 봉투)라고 불렀다. 홍바오는 춘절뿐 아니라 추석이나 새해 등의 다른 명절이나 생일, 결혼 등에 보내는 중국 문화로 정착됐다.
정성을 담은 소액 선물인 홍바오는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뇌물로 변질되기도 했고 이 뇌물 홍바오는 현금뿐 아니라 '주식'이나 자동차, 아파트 등 고가의 뇌물이 홍바오로 포장돼 전달되기도 한다.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되자 생일이나 대학 합격 등을 축하하거나 신년 인사를 모바일 홍바오로 보내주곤 한다.
모바일 홍바오를 받으면 기분이 좋다. 소액이라도 곧바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바오를 명절 떡값으로 가장 먼저 공식 살포한 것은 보시라이(薄熙来) 전 충칭(重慶)시 서기였다. 부패 사건에 연루돼 낙마한 보 전 서기는 충칭시 서기 시절인 2010년 5월 단오절을 앞두고 충칭지역 빈민 300여만 명에게 1인당 20위안(우리 돈 3천600원)씩의 '단오 떡값'을 돌렸다.

중국의 단오절에는 전통음식인 '쫑즈'(粽子)를 만들어 먹으면서 즐기는데 충칭의 빈민들은 이 서민 음식 '쫑즈'마저도 제대로 만들어 먹지 못한다는 것을 전해 듣고, '떡값'을 뿌린 것이다. 우리 속담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듯이 '공돈'을 받고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1인당 20위안씩에 불과했지만 충칭에서의 보시라이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공짜 돈'의 위력이 엄청나다는 것이 입증됐다. 보시라이의 성과를 확인한 중국 정부는 다음 해인 2011년 춘절(설)을 앞두고 직접 홍바오 살포에 나섰다. 중국 국무원은 춘절을 앞두고 도시 빈곤층 가정의 경우 1인당 150위안씩, 농촌 빈곤층에 대해서는 1인당 100위안씩의 떡값을 지급했다. 퇴직 공산당원에게도 줬다.
'춘절 떡값' 예산이 무려 104억위안(1조7천737억원), 수혜 인원은 8천600만 명이었다. 물가 상승과 소득 격차 악화 등으로 상대적인 박탈감을 갖게 된 빈곤층을 배려한 중국 공산당의 '공짜 돈 살포 전략'은 제대로 먹혀 들었다. 퇴임을 앞둔 후진타오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면서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파리와 호랑이를 때려잡는다'는 공직 사정이 상시화되면서 홍바오를 통한 부패가 거의 사라졌다.
베이징에서 나오는 '신징바오'(新京报)가 며칠 전 보도한 한 지방 관료의 홍바오 수수 행위는 홍바오 문화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윈난성의 한 시골 도시 국장으로 부임해서 아들의 대학 합격 축하라는 명목으로 585명으로부터 홍바오를 받았다가 당 중앙기율위에 적발된 것이다. 축의금 수수는 당의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홍바오 총액이 34만위안(5천800만원)인 데다, 1인당 보낸 금액도 600~1천위안이어서 중국에서 뇌물 치고는 소액이었다.
여전히 홍바오 주고받기는 중국에서 일상이다. 걸리면 우리나라의 김영란법처럼 처벌된다. 정부가 주는 홍바오는 괜찮지만 공직자들이 주고받는 홍바오는 처벌하는 중국이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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