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혁신도시,'파괴적 혁신'만이 살길이다.

김충섭 김천시장

김충섭 김천시장
김충섭 김천시장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해 지방 균형 발전과 함께 지역에 새로운 성장판을 여는 국가 경제의 거점이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쇠퇴 문제의 해결책으로 만들어진 혁신도시는 현재 어떤 모습일까?

지난 8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혁신도시 15년의 성과 평가와 미래 발전전략' 용역 보고서는 '공공기관 이전으로 반짝 효과는 있으나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천 혁신도시를 살펴보면, KTX역을 끼고 있는 뛰어난 접근성은 오히려 공공기관 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주율을 떨어뜨렸다. 또 이전 기관의 협력 업체 유치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일례로 한국전력기술 경우,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협력 업체 입주가 더더욱 어려워졌다. 다른 혁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혁신도시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미국의 경영학자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파괴적 혁신'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Netflix)와 우버 택시(Uber taxi)를 파괴적 혁신의 사례로 든다.

김천에도 이와 유사한 '파괴적 혁신'의 성공 사례가 있다.

지자체가 국가산업단지 유치에 매달릴 때, 김천은 일반산업단지를 직접 개발해 조성 원가를 크게 낮춤으로써 전국 최저 분양가라는 파격으로 기업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또 자동차산업 기반이 미약한 상황에서 튜닝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해서 튜닝카 성능·안전시험센터를 유치하고, 자동차 복합 서비스 단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혁신도시는 지금 이런 과감한 '파괴적 혁신'이 절실하다. 그래서 혁신도시 성장을 위해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우선, 공공기관들을 하나로 묶는 공공 융합 플랫폼이다.

혁신도시에는 기능이나 목적이 상이한 기관들이 입주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질적인 기관들의 협업이 쉽지 않다. 싱가포르 정부가 추진하는 클라우드에 기반을 둔 기관 간 데이터 공유 사업은 벤치마킹할 만한 좋은 정책이다.

당장 어렵다면, 공공기관장 상설 협의체라도 만들어서 우선 한 걸음만이라도 내딛자.

둘째, 고유 업무 영역의 파괴이다.

이전 공공기관들은 의무적으로 지역산업 발전계획을 매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업무 범위가 아니다" "한 지역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며 자신들이 뿌리를 둔 지역을 외면하고 있다.

혁신도시의 근본 취지는 지역발전을 통한 국가발전이다. 지역산업 발전계획 수립 시 고유 업무 영역 이외의 사업들도 추진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에 더 많은 자율성을 줘야 한다.

셋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혁신도시 클러스터 부지 분양률이 66.8%이나 분양 대비 입주율은 45.1%에 불과하다. 2012년 12월에 분양을 시작했으나 8년 가까이 50% 이상이 잡초가 무성한 상태이다.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정주 여건 개선 등 공익사업 추진을 위한 용도변경이나 분양가 인하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기업 유치를 위한 '규제 자유 특구' 등 정부 정책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협력 업체 유치를 위한 이전 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가장 필요할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파괴적 혁신에는 부단한 노력이 따른다.

국가 발전의 축을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바꿔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현 정부의 모토를 제대로 살려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우리 지역에서 먼저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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