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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됐다면 그걸로도 충분"…조용한 선행 '익명 기부자'

10년 넘는 장기 기부에도 "당연한 일 했을 뿐. 알려지기 싫어"
성금 출처 없어도 어려운 이웃 도울 수 있는 건 매한가지라고
8년간 매년 1억원 기부하는 등 익명 고액 기부자도 줄이어

지난 3월 익명의 40대 남성이 경북 영주경찰서 순흥파출소에 두고 간 현금과 마스크. 매일신문DB
지난 3월 익명의 40대 남성이 경북 영주경찰서 순흥파출소에 두고 간 현금과 마스크. 매일신문DB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구절처럼 본인의 기부 선행을 좀처럼 남에게 알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선행은 '남들에 비해 초라하다'는 겸손의 자세로 조용한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익명 기부자들에겐 '겸손 DNA'가 가득했다. 접촉하기도 쉽지 않았다. 취재진은 모두 6명의 익명 기부자와 연결을 시도했지만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1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쑥스럽다', '알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선행을 알리는 데 주저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년 이상 기부해온 A(39) 씨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A씨는 "매달 2만~3만원의 소액을 10년 넘게 기부해오고 있지만 전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다른 분들에 비하면 아주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알리는 것조차 민망하고 부끄러워 익명 기부를 선택했다"고 했다.

익명 기부자들은 자신의 성금이 이웃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성금의 출처가 없어도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건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액 익명 기부자가 없는 것도 아니다. 연말이면 홀연히 나타나 성금만 전달하고 사라지는 '키다리 아저씨'가 대표적이다. 지난 8년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매년 1억원을 기부해온 그가 누군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지난 2016년 익명으로 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 클럽 아너소사이어티에 동시 가입한 '가족 9명'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이들과 접촉한 공동모금회 관계자들은 이들의 "어렵게 살다 보니 어려운 사람들의 애환을 잘 알고 있다. 나눔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는 메시지는 명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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