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가을이 불러온 안전 불감증

대구시의회 이영애 의원

이영애 시의원
이영애 시의원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여러 가지로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마스크가 없는 하루를 생각할 수 없다는 것과 불필요한 모임을 줄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들 수 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자신의 삶과 자연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는 사람도 있다. 필자 역시 익숙한 삶 속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에 대한 감사와 책과 공원이 주는 여유를 누리며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다.

얼마 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불필요한 모임을 취소하고 삶의 여유를 찾아보고자 달성습지를 찾았다. 이맘때의 달성습지는 억새가 금빛으로 물들고 천연기념물 흑두루미가 찾아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날갯짓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성습지를 찾은 필자는 너무나도 큰 실망감에 빠지게 되었다.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게 사진을 찍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구시에서 261억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달성습지 탐방나루 조성사업' 공사현장은 여기저기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철골 구조물이 튀어나와 있고 방문객들은 공사 중 통행금지라는 표지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을 억새 인생 샷을 찍기 위해 공사현장 안으로 들어가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는 어김없이 풀들이 밟혀 인공적인 길들이 만들어져 있었고 억새 주변에는 어떠한 동물들도 가까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달성습지 현장에는 안전요원도 없었으며 공사가 중단된 위험한 산책로를 걷는 누구도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관람객들의 불법주차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달성습지의 지리적 위치로 인해 방문자들은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하여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달성습지의 주차장 일부는 아직 공사 중이라 이용할 수 없으며 상당수 관람객들은 길가 양쪽에 주차하고 달성습지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방문하는 사람들 일부가 그러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길가에 주차를 하다 보니 마치 길가 주차가 생활화된 듯 아무런 경각심 없이 주차를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러한 상황들을 그냥 방치하고 있는 지자체 역시 문제가 있다. 가을이 되면 달성습지에 많은 시민들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현장을 그냥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시민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다. 만약 공사현장 주변에 안전요원 몇 명만 배치하였다면 공사 중인 탐방로를 걸어 다니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연과의 거리두기 역시 필요하다. 달성습지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 143종의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대구 생태계의 보물과 같은 곳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무분별한 자연 관람이 지속된다면 달성습지를 터전으로 살고 있는 동물들은 점점 사라질 것이며 지금과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은 도시의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대구는 코로나19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K방역의 중심 대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는 끝이 나지 않았으며 방심할 수 없다. 코로나19를 피해 공원을 찾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공원이라고 해서 코로나19와 상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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