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이 내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전례가 없는 국책사업 폐기에 나서자 비판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17일 총리실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내린 '결론'을 근거로 사실상 김해공항 확장안을 내팽개쳤다.
지난 2016년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장의 합의와 세계적 전문기업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한 국책사업을 뒤집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원칙도, 절차적 정당성도 없어 정책의 일관성과 국민 신뢰를 깼다는 비판이 나온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서 이미 경험한 '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이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동남권 관문공항 사업은 다시 단추를 꿰게 됐다. 그러나 내년 부산시장 선거를 앞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을 밀어붙일 태세다. 부산 민심의 눈치를 살피는 국민의힘도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여서 여야가 포퓰리즘에는 한통속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국토부의 기존 연구개발(R&D) 용역비(26억원) 예산에 20억원을 증액하고, 이를 가덕도공항의 적정성 검토에 활용하기로 한 바 있다.
무리한 정책 뒤집기로 예산 낭비와 지역 간 갈등이 불가피해졌다. ADPi 용역 결과에 따르면 김해신공항에 4조3천억원이 소요되는 반면 가덕도공항은 10조6천억원(활주로 2본)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덕도는 접근성 등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으면서 김해신공항 , 밀양에 이어 꼴찌에 그쳤었다. 경제적 효율성이 지극히 낮은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건 선거가 아니고선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검증 결과 나타난 김해신공항의 문제점 보완 방안을 강구하면서 제3의 후보지를 모색하는 게 순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간 갈등, 분열, 대립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동남권신공항은 2002년 당시 노무현 대선후보가 부산신공항 공약을 내놓으면서 본격 점화된 이래 선거철마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을 갈라치기 해오다 극적인 타협을 이룬 사안이다. 영남권의 '합의'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새로운 충돌을 예고하는 형국이다. 4년 전 김해신공항 결정 시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 합의가 바탕이 된 만큼 대안을 찾는다면 대구경북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린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책사업을 뒤집은 대단히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미래 공항 정책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정치 논리에 따라 동남권신공항만 건드리는 것도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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