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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사장 유실’ 내성천과 ‘녹조’ 영주댐 둘 다 살릴 해법 찾아야

선몽대 앞 일부를 제외한 백사장 대부분이 나무와 잡초로 가득 찼다. 선몽대 방향으로 찍은 모습(위)과 반대 방향으로 찍은 모습(아래)의 경관이 확연히 다르다. 윤영민 기자
선몽대 앞 일부를 제외한 백사장 대부분이 나무와 잡초로 가득 찼다. 선몽대 방향으로 찍은 모습(위)과 반대 방향으로 찍은 모습(아래)의 경관이 확연히 다르다. 윤영민 기자

우리나라의 대표적 모래 하천인 내성천에서 백사장 곳곳이 풀밭 또는 자갈밭으로 변하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유리알처럼 맑던 강물도 이끼로 현격히 탁해지고 있다. 얕은 강물이 금빛 모래톱을 휘감아도는 절경을 자랑하던 회룡포는 이제 명승지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멸종위기 1급 물고기 흰수마자마저 자취를 감추는 등 생태계 파괴도 심각하다.

이런 환경 변화는 실측 데이터로도 확연하다. 환경부의 '내성천 유역 자연생태계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49.6%에 달하던 내성천의 모래 비율은 지난해 19.4%까지 줄었다. 풀, 나무 등 식생은 같은 기간 28.7%에서 54.4%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금으로서는 회룡포와 선몽대를 품은 생태하천으로 전국에서 명성이 자자한 내성천이 그저 그런 샛강으로 전락하는 것이 시간 문제로 보인다.

내성천 생태계가 악화되고 있는 데에는 10년째 이어진 유역 일대의 강수 부족과 부영양화(富營養化) 등이 제기되지만, 상류에 건설된 영주댐을 결정적 변수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댐 조성 이후 방류수의 양이 급격히 준 데다 홍수 때 하류로 실려 내려가던 모래를 댐이 가로막으니 백사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영주댐 조성으로 인한 하류의 생태계 변화 대비를 해도 모자랄 판에 댐 건설 기간 동안 상류에서는 축산농가 사육 두수가 오히려 크게 늘어나고 골재 채취가 무분별하게 이뤄졌다니 말문마저 막힌다.

영주댐 조성 목적의 90%는 낙동강 수질 개선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주댐 조성 이후 내성천 수질이 나빠졌으니 이런 역설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1조원 넘게 투입돼 지은 영주댐을 대책 없이 철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성천의 본모습을 되살리고 영주댐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공존의 묘수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영주댐이 있는 영주뿐만 아니라 봉화, 안동, 예천 등 내성천 유역 지역민들의 여론을 반영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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