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연내 출범을 공언하고 있다. 여·야 합의 실패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활동 종료를 밝히자마자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 비토권을 없애기 위한 법 개정 속도전에 들어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본격적으로 공수처법 개정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고, 이낙연 대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거들고 나섰다. 공수처장을 여당이 자의적으로 임명하려는 속셈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리 되면 검찰과 법원을 아우르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를 권력기관이 정권 휘하에 들게 된다. 위헌이란 소리가 나오고, 독재란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당은 법을 개정하기 위해 지난해 공수처법 도입 당시 입장을 뒤집기까지 했다. '검찰 개혁'을 내세운 공수처가 정권 보위를 위한 호위 무사 구실을 하게 될 것이란 우려는 지난해 법 도입 당시부터 제기됐다. 야당이 '독재 기구의 탄생'이라며 우려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여당이 내세운 것이 야당의 비토권이었다. '야당의 비토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여당에서 아무리 자기네 입맛에 맞는 사람을 추천위원회에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가 없는 구조'라 했다. 실제로 현행법상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의결이 가능하다.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후보를 낼 수 없다. 여당이 말한 구조는 이를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구조'를 바꾸려 한다. 아직 법 한 번 시행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비토권 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지난 공수처장 후보 추천엔 후보 10명이 나왔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정족수인 6표 이상을 얻어야 했지만 아무도 필요한 표를 얻지 못했다. 이는 여·야가 모두 만족할 만한 독립된 중립적 인사가 없었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렇다면 법을 바꿔 여당이 단독으로 임명을 서두를 일이 아니다. 재추천을 받더라도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그런 중립적 인사를 추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대 여당이 단독으로 법을 바꿔 가면서까지 공수처 출범을 서두른다면 이야말로 현 정권의 안위를 위해 독재 기구를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공수처라면 정권을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는 아무런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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