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구경북이 들끓고 있다. 신뢰와 약속을 저버린 것에 대한 배신감이다. 정부와 여당이 2016년 6월 정부 용역으로 결정된
것을 일방적으로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추진하면서다.
2014년 10월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은 경남 창원에서 남부권 신공항과 관련, 입지 선정을 비롯한 모든 절차는 국가 발전과 경제적 논리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고, 입지 선정은 정부 용역 결과를 전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앞서 2005년 10월 영남권 5개 시·도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관문 공항(동남권 신공항) 필요성을 정부에 공동으로 건의한 것을 시작으로 3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경남 밀양, 부산 가덕도를 두고 극심한 입지 선정 진통을 겪은 끝에 얻은 상생의 마침표였다.
포항에서도 헌신짝 신세가 된 신뢰와 약속이 있다. 2004년 12월 9일 열린 포항시의회 속기록엔 당시 한 시의원이 현재 공원 해제(포항시는 중복 결정이라고 표현)로 논란이 되고 있는 남구 옥명공원에 대한 시정질문이 나온다.
해당 시의원은 먼저 "옥명공원은 환경오염을 저감하는 완충 녹지대 역할을 하는 오천 주거지역과 공단 주변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공원이다. 동양에코가 약 40만 평 중 약 3만3천 평 정도를 2003년 3월부터 2004년 8월까지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포항시가 매입해야 하는데 동양에코에 포항시가 매입 협조 공문을 발송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어 "동양에코가 매입한 공원 부지를 산업폐기물 매립장으로 확장해 주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닌가. 동양에코가 산업폐기물 매립장으로 도시계획시설 변경 요구를 해오면 변경해 줄 것인지, 공원으로 조성한다면 동양에코가 매입한 부지를 포항시가 다시 매입할 것인지를 답변해 달라"고 했다.
이에 당시 포항시 도시건설국장은 "옥명리 소재 일부 토지에 침출수 및 악취 발생 등 민원이 발생해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토지 매입·보상을 하라는 시정권고에 따라 예산 반영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의회에서 매입은 불가능하니 공원 해제를 검토하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답했다.
또 "해제를 검토한 바 있으나 옥명공원은 공단 인접로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을 저감시키는 완충 녹지대 역할을 함으로써 공원 해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동양에코와 시가 해결 방안을 모색한 결과 적극적인 민원 해결 차원으로 동양에코에서 민원 토지를 우선 매입하기로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도시건설국장은 "동양에코에서 매입한 공원 부지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으로 확장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앞으로 공원 부지를 산업폐기물매립장 부지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할 계획도 없다. 추후 공원 조성 계획을 수립해 동양에코에서 매입한 토지를 재매입해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포항시는 해당 부지를 매입하지 않았고, 동양에코(현 네이처이앤티)가 소유한 옥명공원 부지를 최근 폐기물처리시설로 도시계획변경을 해버렸다. 네이처이앤티는 현재 운영 중인 매립장 내 일부 공구의 안정화를 명분으로 옥명공원 부지를 활용한 폐기물매립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정부나 행정에 대한 신뢰는 민주주의 대의정치의 핵심적인 덕목이다. 신뢰와 약속을 저버린 정부와 행정이 스스로를 통제하거나 견제할 장치가 무력화된다면 이는 해당 체제의 후진성을 극명히 보여준다. 수년 전 한 고위 공무원의 '국민 개·돼지 망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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