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마을이 고립됐다. 사람들이 제설용 삽을 사러 갔는데 철물점에 이런 알림이 붙어있다. '폭설로 인한 판매 증가로 제설용 삽 가격 50% 인상'. 철물점 주인의 이런 행동은 옳은가. 이런 가정 아래 미국에서 집단심리 실험이 이뤄졌다. 일반인 집단의 82%는 철물점 주인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MBA 과정에 있는 학생 집단의 76%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옳은 행동'이라고 답했다.
똑똑한 사람들, 소위 엘리트들이 대중의 정서와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MBA 코스를 밟을 정도로 머리 좋은 학생들에게 폭설 상황에서의 삽 가격 인상은 경제학 이론상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이 감성적, 윤리적 요소를 더 중히 여기며 행동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1980년대에 이런 실험 결과를 제시하면서 '행동경제학'이라는 용어를 내놨다.
이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멍청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이 특히 더 그렇다.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로 국민 염장을 지른다. 대중은 서민과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정치인들을 본능적으로 혐오한다. "빵이 없으면 브리오슈(케이크의 일종)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극도의 증오를 받은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라. 사실, 앙투아네트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문제의 발언은 조작된 마타도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번 낙인찍히니 죽어서도 회복 불능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정부 고위 관료의 실언 퍼레이드가 국민 심기를 긁고 있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임대차 3법 이후 전세난이 심각한 것은 우리 경제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다" 등등.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생각조차 없거나 애초부터 공감 능력이 결여돼 있지 않고서야 이런 말들을 할 수는 없다.
잇따른 부동산 정책 헛발질로 서민의 삶이 피폐해지는 상황에서 집권 세력이 내놓은 황당 해명들로 인해 국민들은 화병에 걸릴 지경이다. 혹여나 180석 가까운 국회 의석을 장악했으며 20년 장기 집권도 가능하다는 오만함과 권력욕으로 인해 뇌 속의 '공감 뉴런'이 퇴화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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