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임명장을 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헌정 사상 초유의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는데도 장관과 검찰총장을 임명했던 최종 인사권자이자 국정 최고 책임자인 문 대통령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 여야의 협치를 여러 차례 주문한 가운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을 둘러싸고 이 사태가 여야 간 사활을 건 격렬한 충돌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데 불을 끄는 행동은커녕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임기 말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섣부른 개입으로 위험을 떠안기보다는 한발 떨어져 상황관리를 하면서 지지층만 확실히 안고 가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 명령이 떨어진 24일 오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만 나왔을 뿐이다. 보고를 들었지만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 장관의 조치 바로 다음날에는 뭔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25일 오전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에는 "여성폭력 추방 주간 첫날이다. 여성 대상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매일신문을 비롯해 이날 아침 전국의 거의 모든 신문이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조치에 대해 대서특필하며 향후 파장에 대해 우려를 표했는데도 문 대통령은 이를 못 본 체 하고 다른 얘기를 꺼내놓은 것이다.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딴 세상에 사느냐", "비겁하다", "숨지 마라" 등의 비판이 연이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국정 현안에 대해 민감한 부분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보지 않고 다른 현안을 바라보는 외면 전략을 최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감사원이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는 산업부 보고서, 원전 경제성 평가 등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언급까지 나았으며 청와대 개입 의혹까지 야권이 일제히 제기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외교 일정에 참가했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맹렬한 공격이 개시됐는데도 무응답으로 일관한 것이다.
지난 17일에는 국무총리실 산하 신공항 검증위가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 방침을 발표했는데도 26일까지 한마디도 관련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6일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침묵은 진중함의 상징이 아니라 비겁함의 상징"이라며 검찰총장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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