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를 명령한 것과 관련해 검사들의 반발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2013년 채동욱 전 검찰총장 퇴임 논란 이후 7년 만에 평검사 회의가 다시 열렸는가 하면 대검찰청 중간 간부, 전국 지검 및 고검 검사장 등이 가세하는 등 사태가 '검란'(檢亂)으로 번질 조짐이다.
26일 전국 고검장 9명 중 6명은 검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는 검찰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총장 임기제도는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 외풍을 차단하고 직무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법률적 장치"라며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신중함과 절제가 요구되고, 절차와 방식이 법령에 부합하며 상당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잇따른 수사지휘권 발동은 횟수와 내용 측면에서 신중함과 절제를 충족했는지 회의적"이라며 "일부 감찰 지시사항의 경우 구체적 사건 수사와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진행된다는 논란이 있고, 감찰 지시사항과 징계 청구 사유가 대부분 불일치한다는 점에서도 절차와 방식, 내용의 적정성에 의문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을 향해 "현재 상황과 조치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와 판단 재고를 간곡히 건의드린다"고 요청했다.
여기에 전국의 지검장 17명도 "대다수 검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며 "검찰의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자 하는 검찰개혁의 목표가 왜곡되거나 그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와 징계 청구를 냉철하게 재고해 바로잡아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대검찰청 중간 간부 27명도 이날 실명으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정지는 위법·부당하다는 의견을 냈고, 서울중앙지검 35기 부부장검사들도 '최근 검찰 상황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35기 부부장검사들의 의견'이라는 글을 통해 추 장관에게 윤 총장 징계청구 및 직무정지 처분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하며 가세했다.
전날에는 대검찰청 34기 이하 검찰연구관들이 "추 장관의 처분은 검찰 업무의 독립성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위법·부당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올렸는가 하면 전국 10여 군데 검찰청에서 평검사 회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이들 역시 회의에서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처분에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의정부지검 평검사들은 "이번 처분은 검찰의 행정적 예속을 빌미로 준사법기능을 수행하는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하고, 국가 사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추 장관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와 같은 전국적인 평검사 회의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과 '법무부 감찰 압력'으로 사의를 표했던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당시 일선 검사들은 평검사 회의를 열어 "채 총장의 중도 사퇴는 재고돼야 한다"는 집단 의견을 내놓으며 '검란'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밖에도 검찰 내부 통신망에는 추 장관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우리는 그리고 국민은, 검찰개혁의 이름을 참칭해 추 장관이 행한 정치적 폭거를 분명히 기억하고 역사 앞에 고발할 것"이라고 했고, 김경목 수원지검 검사는 "진정한 검찰개혁은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하더라도 영향받지 않고 절제된 검찰권을 공정하게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며 "그런데 법무부 장관의 권한 행사가 이전 집권세력이 보여주었던 모습과 다른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추 장관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 등은 이번 지검장들의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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