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은 '식물'이 되어 버렸다. 권력의 비리를 캐던 검사들은 손발이 묶였다. 실력 있는 검사들은 줄줄이 한직으로 쫓겨났다. 견디다 못한 이들은 줄줄이 옷을 벗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부하 아래서 서울중앙지검은 '사건 먹는 하마'가 되었다. 비리 사건은 그리로 들어가는 족족 소식이 끊겨 버린다.
'식물'도 살아 있는 한 안심이 안 되는 모양이다. 권력은 총장에게 파상 공세를 펼쳤다. 한겨레신문은 윤 총장이 성 접대를 받은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허위로 드러났다. MBC는 그의 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 씨를 잡아넣으려 했다고 보도했다. 이 역시 새빨간 거짓말로 밝혀졌다.
본인에 대한 공격이 무위로 끝나고 측근을 통한 공격마저 실패로 돌아가자 가족을 건드린다. 이를 위해 인사청문회 때 자기들이 '문제 없다'고 했던 사안을 다시 끄집어냈다. 하지만 이런 무리수에도 그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엮으려던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그런다고 포기할 그들이 아니다.
법무부에서 새로 6가지 누명을 씌워 그의 직무를 정지시켜 버렸다. 그가 판사들을 '불법사찰' 했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펼쳐 놓은 이 야바위판을 키우려고 국무총리와 당 대표까지 나서서 열심히 바람을 잡는다. 그런데 그때 하필 조국 전 장관의 7년 전 글이 발견됐다. 거기서 그는 '불법사찰'을 이렇게 정의한다.
"1. 정당한 직무감찰과 불법사찰의 차이가 뭐냐고? 첫째, 공직과 공무와 관련이 없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법이다. 2. 대상이 공직자나 공무 관련자라고 하더라도 사용되는 감찰 방법이 불법이면 불법이다. 예컨대, 영장 없는 도청, 이메일 수색, 편지 개봉, 예금계좌 뒤지기 등등." 너무 명료해 아름다울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 의원 역시 '불법사찰'의 기준을 제시한 적이 있다. "세평 수집은 일반적인 업무다. 불법이 되려면 미행, 도청 등 불법 수단이 되어야 하고 수집 정보가 개인적인 약점이 되어야 한다." 이들의 정의에 따르면 문제의 문건은 '불법사찰'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말했던 이들이 지금은 딴소리를 한다.
권력은 이미 윤 총장을 쳐내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요식행위뿐. 12월 2일에 열리는 징계위에서 추미애 장관은 윤 총장의 면직을 의결할 것이다. 대통령은 아마 못 이기는 척하며 그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일지도 모르겠다. "윤석열 총장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
그들은 검찰이 '과도한 권력'을 가졌다고 비판해 왔다. 그 과도한 권력은 다 어디로 갔을까? '무소불위'라는 검찰도 권력이 장관 자리에 앉힌 단 한 사람의 '똘끼'를 당해내지는 못한다. 대한민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곳은 오직 청와대뿐. 그곳은 이제 누구도 손대지 못하는 성역이 되었다.
오직 '공수처'만이 구원이란다. 과연 공수처가 권력을 건드릴 수 있을까? 그들이 어떤 인물을 처장에 앉힐지는 안 봐도 빤하다. 추미애 사단이 장악한 서울중앙지검은 공수처의 미래다. 권력 앞에서는 사건 먹는 하마, 정적(?)에게는 잔인하고 집요한 하이에나. 이게 그들이 생각하는 사법의 이상이다.
행여 실수로 강직한 인물이 그 자리에 앉아도 어차피 청와대에는 손을 못 댈 게다. 그저 한겨레나 MBC를 통해 음해성 보도만 흘려도 웬만한 이는 꺾이고 말 것이다. 게다가 검찰에도 부족한 실력을 충성으로 때우는 기회주의자들이 있다. 이들을 동원해 가족을 털어 대면, 누가 견딜 수 있겠는가.
그래도 버티는 이는 그냥 날리면 된다. 공수처장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다고? 검찰총장 임기는 보장돼 있지 않은가. 못된 쪽으론 워낙 창의적이라 그들은 어떻게든 쫓아내는 방법을 고안해 낼 게다. 검찰이라는 거대 조직의 장도 가볍게 날리는 이들에게 그깟 공수처장 하나 날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러니 누가 그 자리에 앉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장을 시켜준 것을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총장의 현재는 처장의 미래. 부활한 예수는 반갑다고 달려드는 막달라 마리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를 만지지 말라."(Noli me tangere) 이게 권력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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