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 ㉗ 최후의 그날을 위한 시드 볼트(seed vault)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방문자센터에 마련된 시드 볼트 단면 모형. 지하 46미터, 진도 6.9에도 견디는 강화콘크리트 터널에 종자를 영구저장하는 냉동저장고가 있다. 국가 보안시설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imaeil.com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방문자센터에 마련된 시드 볼트 단면 모형. 지하 46미터, 진도 6.9에도 견디는 강화콘크리트 터널에 종자를 영구저장하는 냉동저장고가 있다. 국가 보안시설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imaeil.com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글로벌 시드 볼트 지상부 입구 씨앗 모형의 조형물. 김태형 선임기자 thkim@imaeil.com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글로벌 시드 볼트 지상부 입구 씨앗 모형의 조형물. 김태형 선임기자 thkim@imaeil.com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지하 벙커.

첩첩산중에 산천의 뭇 씨앗들이 모였습니다.

눈도장 손도장에 체력테스트까지,

추리고 골라 차출된 미래의 '종자 용병'들입니다.

700년 전 고려 연못 터에서 나온 함안의 아라홍연,

봉화의 텃줏 대감 550살의 국내 최고령 철쭉,

기후변화에 속절없이 고사하는 한라산 구상나무,

태풍 '링링'에 명줄을 놓은 250살 해인사 전나무도

절손은 안 된다며 씨앗을 보내왔습니다.

야생식물종자 영구저장시설 글로벌 시드 볼트(seed vault).

지하 46미터, 진도 6.9에도 거뜬한 콘크리트 요새로,

기후변화·전쟁·핵폭발 등으로 인한 멸종에 대비해 만든 곳.

노르웨이(식량종자)와 한국, 세계에서 딱 두 곳 뿐입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글로벌 시드 볼트 내 식물종자 영구저장 시설인 냉동저장고. 영하 20도, 상대습도 40%를 유지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imaeil.com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글로벌 시드 볼트 내 식물종자 영구저장 시설인 냉동저장고. 영하 20도, 상대습도 40%를 유지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imaeil.com

현재 4천49종 7만2천201점의 씨앗이

영하 20도 현대판 '노아의 방주'에서

최후의 그날에 일어나 싹을 틔우겠다며

기약 없는 휴면에 들어갔습니다.

국내외 54개 기관에서 기탁한 종자들로,

앞으로 200만점까지 저장될 예정입니다.

널린 게 꽃이고 나무인데 웬 멸종타령 이냐고요?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을 고치지 말라'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의 고전 속 그 오얏,

작지만 새콤달콤한 그 토종 자두맛을 더는 볼 수 없습니다.

슬로푸드 인터내셔널은(2015년 기준) 한 해에

2만7천여 개의 식재료가 사라지고있다고 했습니다.

바나나, 감자, 초콜릿 원재료 가나의 카카오나무도

수십 년 내 멸종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돌보고 지켜야 할 씨앗이 어디 이뿐일까요.

수능시험, 다이어트, 금주, 금연, 종자돈 모으기.

그때 일기장에 꾸꾹 심어놨던 꿈의 씨앗들….

마음의 씨앗,

초심(初心)이 자라 꽃을 피울때까지

가슴에 든든한 시드 볼트 하나씩 준비해 볼 일입니다.

시드 볼트 지하 46m 종자 저장고 터널 입구. 60cm 강화콘트리트와 3중 철판구조로 설계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imaeil.com
시드 볼트 지하 46m 종자 저장고 터널 입구. 60cm 강화콘트리트와 3중 철판구조로 설계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imaeil.com
식물종자를 담은 유리병 캡슐과 블랙박스. 블랙박스형은 국내외 종자 기탁기관이 밀봉한 상태 그대로 저장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imaeil.com
식물종자를 담은 유리병 캡슐과 블랙박스. 블랙박스형은 국내외 종자 기탁기관이 밀봉한 상태 그대로 저장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imaeil.com
방문자 센터에 전시된 소나무 종자. 김태형 선임기자 thkim@imaeil.com
방문자 센터에 전시된 소나무 종자. 김태형 선임기자 th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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