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보스턴테리어·6m·8.5kg)가 급하게 내원했다. 이틀간 구토를 보이는데, 보호자께서는 평상시 이물을 자주 먹는 편이며 구토 하기 전 20cm 케이블 타이가 없어져 보스가 먹었을 것이라 짐작하고 계셨다.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보스가 대형 케이블 타이를 먹었을 것이라고는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다.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먼저 촬영한 X-ray 이미지에서 위 내 많은 양의 이물을 확인하고도 '케이블 타이를 잘라먹었겠지' 정도 생각했었다.
개가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나 약물을 먹었을 때는 일차적으로 구토를 유도한다.
초콜릿, 자일리톨, 양파와 마늘이 포함된 음식, 포도, 감기약, 자동차 부동액 등은 개가 먹어서는 안 되며, 심각한 중독 증상이 유발된다. 이럴 때는 가정에서 응급처치로 과산화수소수(약국판매용 3% 수용액)를 먹여 구토를 유발하면서 동물병원으로 이송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구토를 유발하기 위해 급여하는 과산화수소수 용량은 kg당 1cc (체중 5kg당 1티스푼)이다. 주사기 또는 어린이용 투약 병을 이용하면 좀 더 쉽게 먹일 수 있다. 급여 후 배를 천천히 흔들어 주면 위에서 거품 포말이 형성돼 구토가 용이해진다. 구토가 원활하지 않다면 10분 뒤 동일 양을 한 번 더 급여할 수 있다. 두 번 이상은 급여하지 않는다.
반면에 개가 이물을 먹었거나 먹은 것으로 의심되는데 구토를 반복한다면 곧바로 동물병원을 내원해야 한다. X-ray 검사가 우선 필요하며, 검사 결과 이물이 식도나 위 내에 확인된다면 구토를 유도하기보다는 내시경을 이용한 이물 제거를 우선한다. 날카로운 이물이 구토 과정에서 흉부 식도를 찢어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닭 뼈, 개껌, 자두 씨, 장난감, 동전, 귀걸이 등이 소형견에서 자주 발견되는 식도와 위 내 이물들이며, 덩치가 큰 개는 골프공, 신발, 심지어는 가위를 삼켜 내원하기도 한다.
보스는 수면 마취 상태에서 내시경 검사가 진행됐다. 내시경으로 식도와 위 내 이물들을 파악해 최종적으로 수술이 필요할지 결정할 예정이었다. 내시경이 흉부 식도에 근접하자 플라스틱 이물이 발견됐다. 보호자가 말씀하신 바로 그 케이블 타이였다. 내시경에 부착된 포셉을 이용하여 케이블 타이는 안전하게 제거됐다. 길이가 20cm로 둥글게 매듭지어진 부위가 흉부 식도에 걸려 있었다. 다행히 보스는 위 절개 수술을 피할 수 있었으며 다음날 건강하게 퇴원했다.
불리(5Y·25kg)라는 핏불테리어의 경우도 소개해 드린다.
불리는 무언가 집착을 하면 그 물건을 빼앗기지 않으려 한다. 아빠가 마당에서 골프 연습을 하고 남겨 둔 골프공에 유난히 집착하길래 보호자가 공을 뺏으려는 순간 골프공을 삼켜버렸다고 하셨다.
불리는 당장 호흡이 곤란해지고 위급한 상황에서 내원했다. X-ray 상에 골프공이 흉부 식도에 걸린 것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흉부 식도에 꽉 낀 굵은 골프공을 견인해 낼 수가 없었다. 반대로 위로 밀려 들어가지도 못했다. 결국 위 절개를 하고 위에서 식도 방향으로 압박을 가해 힘겹게 골프공을 제거할 수 있었다. 위 절개 수술까지 받은 불리는 어쩔 수 없이 며칠간 입원 치료를 받고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보스턴 테리어와 핏불테리어는 생김새도 흡사하고 성향도 닮은 점이 많다. 뚝심 있는 불독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남다르며 특정한 물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특정 물건을 집요하게 물어뜯기도 한다. 보호자는 삼켜선 안 될 물건들을 치워주셔야 한다. 그리고 뜯기지 않는 안전한 놀잇거리를 제공해줘야 한다. 쉽게 싫증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자주 교체해 줄 필요도 있다.
소형 반려견도 고립 또는 분리 불안,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경우, 활동량 부족으로 스트레스 를 받는 경우 물건을 물어뜯거나 먹어버리는 경향이 있음을 인지하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
불리의 경우처럼 특정한 물건에 집착을 보이는 개에게 주인이 섣불리 그 물건을 빼앗으려 해서는 곤란하다. 개가 물건을 뺏길까 봐 오히려 삼켜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형견들이 개껌이나 자두 씨를 꿀꺽 삼키는 경우도 이러한 요인이 크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려면 개가 더 좋아하는 간식을 제공하거나, 산책을 유도하며 개의 시선과 관심을 자연스럽게 돌려놓는 것이 먼저다. 개가 다른 곳에 이동하면 천천히 문제 되는 물건을 치워주시기 바란다.
보호자의 성급한 간섭이 개의 이물 섭식을 조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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