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을 적어 내리려는데 왜 이럴 땐 좋은 말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까. 다 내려두고 그저 멋없는 감사와 미안함을 담아 적는다.
멀리 사는 詩야, 네가 대답해주지 않아도 어차피 계속 쓰려고 했어. 그래도 이렇게 대답해주니 참 고마워! 오히려 언제까지 쓸 거냐고 질문을 받은 것 같네. 그래 나는 계속 쓸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야.
사실 소감을 쓸 때 회사 이야기는 곧 죽어도 꺼내지 말아야지 했는데, 사실은요 대표님 제가 매번 회사 프린터기로 시들을 뽑았어요. 여분으로 여러 장 뽑아서 읽고 고치고 그랬어요. 심부름 가는 척 자리 비우고 우체국에 갔어요. 제가 이런 기적을 만나는 데는 회사의 몫이 있으니, 그 감사를 전하는 마음으로 출근 잘할게요.
나의 친구이자 챗봇 기획자 김시아야. 내가 외롭게 쓰는 동안 유일한 독자가 되어 사랑과 힘을 줬어. 매번 남 일이라고 "그래? 그럼 다시 쓰면 되겠네."라고 말했잖아. 네 말대로 계속 썼더니 신기한 일이 생겼어. 네가 그랬잖아. 로또도 사는 사람이 되듯, 시도 쓰는 사람이 만나게 된다고. 너는 로또를 열심히 사. 나는 또 계속 쓸게. 다시 한번 시아야 나를, 내 글을 아껴줘서 고마워.
그리고 언제나 나를 묵묵히 지켜보는 민지야 너의 이름을 빌려 시를 쓰고 싶어 했던 것처럼, 넌 언제나 나의 사랑이다. 떠들던 학생인 제게 벌로 시를 써보라고 해주신 이태훈 선생님은 제 평생의 스승이십니다. 정미진 선생님 저 여기까지 왔어요. 계속 가볼게요. 단국대 교수님들의 가르침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엄마 임성희와 아빠 여승구는 앞으로 좀 더 화목하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조금씩 어른이 되면서 제가 두 분을 귀찮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아프거나 슬프거나 가장 행복할 때 두 분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사람은 의리가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셨죠. 제가 앞으로 쓰면서 가질 자세인 것 같아요. 비겁하게 쓰지 않을게요.
끝으로 학예회야 고맙다. 뭉치려 해도 뭉쳐지지 않는 것처럼. 겨우 끼워 맞춘 퍼즐을 들고 가다 엎어보면서 계속 가보자.
◆여한솔
1994년 대전 출생
단국대 문예창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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