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4일 0시부터 시행된 '연말연시 방역강화 특별대책' 이후 첫 주말. 대구 도심은 오후 9시 이후 '봉쇄령'이 내려진 듯 적막한 분위기였다. 술자리와 식사자리는 일찌감치 끝났고, 동성로 거리엔 배달용 오토바이와 택시뿐이었다.
◆초저녁부터 썰렁한 동성로 거리
27일 오후 6시 50분쯤. 대구 한 영화관에선 직원들이 팝콘 튀기는 기계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연말 황금연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티켓 창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오후 7시 상영 시간에 맞춰 입장하려 발걸음을 재촉하는 커플 한 쌍만 보였다. 이곳은 오후 7시 마지막 입장을 끝으로 9시면 영화관과 매점 모두 문을 닫는다.
영화 관람객이 몰리는 '피크타임'도 바뀌었다. 직원 A씨는 "예년 주말엔 오후 9~10시 심야영화 관람객들로 북적였지만, 요즘은 오후 3~6시가 그나마 붐빈다"고 했다.
방역당국이 9시 이후 식당과 카페의 홀 영업 금지 지침을 내리자 중구 동성로 클럽 골목의 피크타임도 덩달아 당겨졌다. 평소였다면 자정이 다가올수록 동성로 일대는 활기를 띄었지만 이날은 이른 술자리를 갖고 헤어지는 분위기였다.
오후 7시쯤 중구 반월당과 중앙로 인근 술집들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사람들은 8시 50분쯤부터 하나둘 일어나더니 계산을 위해 카운터 앞에서 길게 줄을 섰다.
한 식당 직원은 "가게 앞에 9시 이후 홀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으면 손님들이 알아서 9시가 되기 전부터 자리를 파한다"고 했다.

◆오후 9시 이후 적막한 분위기…"사실상 봉쇄령"
외국인 손님이 주요 고객층을 이루는 한 중동요리 음식점은 오후 9시가 되자 홀에 있던 테이블에 의자를 모두 뒤집어 올려놓았다. 9시 이후 포장만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읽지 못하는 손님들을 위해서였다. 9시가 넘어서자 식당 밖으로 나온 시민들은 골목에 삼삼오오 모여 일행 중 누구 집에서 남은 술자리를 이어갈 지 고민했다. 한 청년은 "9시가 되자마자 모든 술집이 정말 다 닫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식당가와 극장가 인근 옷가게 등 상점 건물들도 9시쯤 서둘러 문을 닫았다. 발길이 끊인 골목의 24시 편의점도 일찌감치 마감 준비를 했다.
9시 이후 포장과 배달이 가능하지만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다. 동성로 일대 술집과 식당, 카페에는 포장‧배달을 하는 고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 철판요리 전문점 사장은 "새벽 4시까지인 영업시간을 최근 자정으로 당겼다. 밤새 문을 열어놔도 고작 포장 손님은 1~2명 뿐"이라며 "동성로 술집들 대다수가 20대를 대상으로 저렴한 안주를 판매하는 곳이라 포장 손님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일부 식당들은 아예 방역강화 기간 자체 휴업을 하는 곳도 있었다. 주류를 주로 취급하는 술집은 '내년 1월 3일까지 일시적 영업 중지를 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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