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제 와 “부당한 외부 공격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부당한 외부 공격에 대해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시무식사에서 "사회 각 영역의 심화된 갈등과 대립이 법원으로 밀려드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를 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재판부에 대한 탄핵 청원 운동이 벌어지는 현실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탄핵 청원 글이 올라온 지 11일 만에 나온 입장 표명이어서 '뒷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8·15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박형순 판사에 대해 여권이 '박형순 금지법'까지 발의하며 일제히 박 판사를 비난했을 때도 한 달 가까이 지나서야 마지못한 듯 "근거 없는 비난과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不動心)으로 재판에 집중해 달라"고 했다. 이때도 법원 내부에서는 '비겁한 뒷북 발언'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뒷북은커녕 아예 입을 닫은 경우도 있다. 2019년 2월 김경수 경남지사 유죄 판결에 대해 여당이 "양승태 적폐 사단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탄핵을 고민하겠다"며 재판부를 '협박'했을 때와 지난해 1월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청와대가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위법한 수사"라며 거부했을 때 그랬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이 아니라 청와대 비서 같다"는 소리까지 나돌았다.

이런 사실들은 김 대법원장의 이번 발언에 진정성을 느낄 수 없게 한다. '침묵'에 대한 법조계와 일반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면피성 발언'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시무식사에서 "독립된 법관의 사명감" 운운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사건 판결의 "무게와 고독을 이겨내 달라"고도 했다. 맞는 소리지만 대상이 틀렸다. 그런 당부는 일선 법관들이 아니라 김 대법원장이 들어야 할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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