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여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동학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구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와 관련된 1심 판결(확정 판결 기준) 16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14건(87.5%)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3세에 불과한 어린 자녀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기소된 친부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9년 10월 A씨는 자녀들이 싸움을 한 것을 훈육하던 중 피해 아동이 "계속 싸우겠다"고 대답한 데 화가 나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폭행으로 피해 아동은 뇌부종 등의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뒤 숨을 거뒀다.
법원은 감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평소에 아동을 학대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계획적, 적극적 학대의 의도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배우자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고, 부양해야 할 어린 자녀들이 있는 점, 피고인이 평생 스스로를 자책하며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했다.
의붓딸을 수차례 폭행하고, 성추행까지 저질렀지만 집행유예에 그친 경우도 있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지난해 9월 미성년인 의붓딸을 성추행하고 폭행을 일삼은 의붓 아버지 B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B씨는 2018년 8월 당시 10세인 피해 아동이 화장실에서 울면서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 나오면 때린다. 죽인다"고 협박하고, 겁을 먹어 화장실에서 나온 아동을 파리채로 수 차례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11세가 됐을 무렵인 2019년 3월에는 설거지를 하던 의붓딸에게 "제대로 안 하면 죽는다"고 말하며 쇳덩이를 의붓딸을 향해 휘두르기도 했다.
이 밖에 B씨는 방에서 홀로 있던 의붓딸을 강제추행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일부 범행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해 아동이 심하게 처벌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학대 부모들의 강한 처벌을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이들의 혐의를 명백히 밝히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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