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윤식당'이 '윤스테이'로 돌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로 나갈 수 없게 된 나영석 사단이 국내 거주 1년 미만 외국인 손님들을 초대해 1박 2일 간의 한국문화 체험을 보여주는 예능. 벌써부터 대박 조짐을 보이는 이 예능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대안적 선택을 기회로 만들 줄 아는 나영석 사단
지난해 초 tvN '삼시세끼' 어촌편 5는 코로나19로 촬영 장소를 만재도에서 죽굴도로 옮기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사실 '삼시세끼' 어촌편의 매력은 유해진과 차승원 그리고 손호준 같은 고정 출연자들의 케미에 있지만, 현지 주민들과의 '대면 접촉'이 만들어내는 '소통의 묘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만재도에서 촬영됐을 당시, 그곳 유일의 슈퍼나 마을 정자에서 만나는 주민들과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그곳에 사는 개들까지 방송의 중요한 재미 포인트가 됐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주민들과의 대면 접촉이 불편함을 야기하자 나영석 사단은 무인도인 죽굴도를 선택했고, 그곳에 손님들을 초대함으로써 '행복한 고립'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나영석 사단이 갖고 온 '윤스테이'는 여전한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된 '윤식당'의 대안적 선택이다. 해외로 나갈 수 없게 된 상황에 국내를 선택했고 식당이 가진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과 대면을 피하기 위해 1박 2일 간의 숙박이라는, 선별된 손님들을 만날 수 있는 '최소화된 대면'을 선택했다.
그래도 남는 불안감과 불편함을 의식한 나영석 사단은 방송 전 이 시국에 최소화된 것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대면'일 수밖에 없는 '윤스테이'를 하는 것에 대한 '송구함'을 표했고, 방송 중에도 '사전 방역과 검사'를 철저히 했다는 고지를 수시로 집어넣었다.
중요한 건 명분이었다.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이 방송을 하는 명분이 충분하다면 시청자들의 양해 또한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명분을 나영석 사단은 '한국에서 1년 미만 거주한 외국인들'에서 찾았다. 학업 때문에 혹은 비즈니스 차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을 손님으로 초대한다는 건, 이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거의 체험해보지 못한 한국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가 담긴다.
실제로 초대된 외국인 손님들은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고 사업차 가족이 다 함께 한국에 와서 체류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마침 벌어진 코로나 시국으로 집밖조차 나가지 못하게 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에게 한옥과 한식을 체험하게 해주고 잠깐이나마 안전한 지대에서 마스크를 벗고 숨통을 틔우게 해주는 일. 그건 찾아온 손님을 그냥 보내지 못하는 우리네 정서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작년 '삼시세끼' 어촌편 5에서도 그랬지만 '윤스테이'의 대안적 선택 역시 나영석 사단은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낸 면이 있다. 외국인들의 잠깐 동안의 체험은 고스란히 코로나 시국에 답답했던 시청자들의 숨통을 대리해 틔워주는 역할도 해줬기 때문이다.

◆온통 K로 가득 채워진 '윤스테이'
그런데 이렇게 외국인들에게 1박 2일 간의 한국문화 체험을 하는 '윤스테이'에는 온통 'K'의 향기로 가득 채워진다. 'K'는 다름 아닌 최근 들어 해외에서 각광받는 우리네 문화를 상징해 붙여지곤 하는 그 'K'를 말한다. 전남 구례의 아름다운 한옥 쌍산재를 '윤스테이'의 숙소로 삼은 데는 단지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염두에 둔 프리이빗한 위치와 공간구조 때문만은 아니다. 그건 시선을 던지기만 하면 처마 끝이나 한지로 만들어진 문, 익어가는 곶감이나 고즈넉하고 운치있는 정원, 대청마루 같은 우리네 한옥의 아름다움을 외국인들에게 경험하게 해주기 위함이다.
게다가 저녁과 아침으로 제공되는 음식들은 심지어 임금님 상에 올라갔던 궁중음식들을 포함한다. 코스로 제공되는 저녁상에 오르는 떡갈비는 박서준이 한 시간 넘게 꼬박 손으로 다진 고기를 역시 찌고 으깨서 만든 밤을 가운데 넣고 말아서 만든 '귀할 수밖에 없는 음식'이다. 여기에 외국인들에게는 K푸드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치킨이 우리 식의 해석을 더해 '닭강정'으로 제공되고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맵지 않은 궁중떡볶이도 상차림에 오른다.
무엇보다 '윤스테이'가 제공하는 'K'의 정수는 이런 경험을 하게 해주는 출연자들이다. 최근 영화 '미나리'로 해외영화제에서 무려 14관왕에 오른 윤여정이 '윤스테이'의 상징처럼 자리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숙소와 음식에 대해 설명해주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출연한 박서준과 최우식은 각각 요리와 갖가지 잡무들을 맡아 쉬지 않고 숙소를 뛰어다닌다.
'82년생 김지영'은 물론이고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외국인들도 알아보는 정유미는 셰프가 되어 갖가지 맛난 한식들을 만들어낸다. 이러니 1박 2일 간의 체험을 끝내고 돌아가는 외국인들이 '윤스테이'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은 훗날 얼마나 두고두고 화제가 될 것인가. 그들은 다름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K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국뽕을 넘어 이문화 소통의 장으로
이렇게 온통 K로 채워진 '윤스테이'는 그래서 '국뽕'의 향기를 모락모락 피워낸다. 이미 '윤식당'에서도 나왔던 이야기들이지만, 외국인들이 한식을 먹고 감탄하는 그 리액션에 우리가 도취적인 만족감을 느끼곤 했던 요소들에 그치지 않는다. '윤스테이'에서는 한식은 물론이고 한옥, 게다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까지 더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숙소를 찾은 한 외국인들 중에는 최우식이 영화 '기생충'에 나왔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고, 이서진을 "조선 왕 중 가장 잘 생긴 왕"이라고 하거나 정유미와 박서준을 '안은영'과 '박새로이'로 알아보고 반색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장면들이 우리에게 주는 국뽕의 도취적인 뿌듯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윤스테이'의 출연자들이 외국인들을 대하는 모습이나 방송이 이를 포착해내는 장면들 속에 담긴 '이(異)문화 소통'에 대한 동등한 위치의 시선이다. 예를 들어 윤여정이 네팔에서 온 가족을 대하는 모습은, 그들의 종교(힌두교)가 가진 문화(비건)를 이해하고 나아가 그렇게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우리 모두는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라는 공감대를 찾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이문화에 대한 수평적 시선은 단지 우리의 문화가 우수하다는 국뽕의 관점을 넘어 타 문화에 대한 소통과 배려의 장으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이 점은 물론 나영석 사단이 이른바 '힐링 예능'을 할 때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정서적 포인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삼시세끼' 어촌편을 보면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최선을 다해 찾아온 손님을 대접해주고 배려해주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떤 뿌듯함을 안겨주는 지점이 존재한다. '손님 대접'에 남다른 마음을 쓰고 그것이 통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 나영석 사단이 추구해온 힐링의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이다.
'윤스테이'의 부제로 붙은 '사장님 마음 담아'라는 문구는 그래서 이른바 나영석표 '마음 예능'의 실체를 보여주는 면이 있다.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그 지점을 포착해냄으로써 보는 이들 또한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예능. 어쩌면 코로나19 시국이 만든 '거리두기'로 인해 멀어진 만큼 더욱 큰 갈증을 느끼게 만드는 '마음의 스킨십'이야말로 '윤스테이'가 주는 강력한 판타지의 실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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