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헬기 사격훈련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매일신문 21일자 10면 등)과 관련해 국방부가 중단됐던 훈련을 다시 재개하기로 통보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가권익위원회에 관련 조정 신청이 시작되기도 전에 국방부의 일방적 통보로 사태가 급속히 악화된 셈이다.
주민들은 지난해 훈련 유보 결정 때처럼 다시 사격장 주 진입로를 막고 집단 투쟁을 예고하고 나서 자칫 군과 주민들 간의 무력 충돌마저 우려된다.
국방부는 지난 27일 오후 늦게 수성사격장이 위치한 포항시 남구 장기면사무소와 포항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이하 주민반대위)에 "다음달 초 중단됐던 미군 헬기 사격훈련을 시행하겠다"는 연락을 전달했다.
주한미군 측이 훈련 지연에 따른 국방부 측의 책임을 물으며, 한미연합 상의 훈련 일수 보장을 요구하고 나선 탓으로 보인다.
아직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방부에서는 다음달 4·7·10일 중 하루를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제 국방부 지역협력관은 "미군의 요구도 그렇고, 국내 훈련일정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어 빠른 재개가 필요하다"면서 "아직 정확한 계획이나 방침을 말할 수 없지만, 주민들의 뜻을 무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고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방부의 일방적 통보가 행해지자 주민들은 28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가 약속을 팽개치고 주민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며 국방부 장관 사퇴 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주민들은 성명서를 통해 ▷다음달 초 강행 예정인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완전중단 및 포항 수성사격장의 완전 폐쇄 ▷지역주민들과의 협의 없이 사격훈련 하지 않겠다던 약속 이행 ▷지역민의 고통과 어려움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강행하는 국방부 장관 및 관계자 처벌을 요구했다.
또한, 트랙터 등 농기구와 주민 참여를 통해 사격장으로 통하는 주 진입로를 다시 틀어막고 장기 농성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정석준 주민반대위 공동위원장은 "50여년간 사격장과 함께 살아오며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오직 국가안보를 위해 묵묵히 참아왔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후회스럽다"며 "첫 훈련장(경기도 포천)에서 유탄 등 각종 사고가 잇따르자 슬그머니 옮겨와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국방부가 이토록 우리를 국민으로 생각지 않는데 이제 양보없이 결사항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1960년 지어진 수성사격장은 그 동안 국군 포 사격 훈련장으로 쓰이다 지난해 2월부터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시행되던 주한미군 헬기 사격훈련이 갑작스레 사전 협의없이 이곳으로 옮겨오며 갈등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수성사격장 주 진입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으며, 당시 국방부는 헬기 사격훈련을 잠정 중단하고 민관군협의체를 구성해 사태를 해결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일부터 국가조정위원회는 주민들의 관련 조정 신청에 따라 현장조사를 실시한 후 국방부와 주민들 간의 협의를 통한 조정 협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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