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많은 환자가 무기력하고 쉽게 피로감이 오고 삶의 의욕이 떨어진다고 호소한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주부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사노동 시간의 증가, 자녀 양육 부담 과중, 학교 등교 제한으로 인한 학습도우미 역할까지 맡아야하는 삼중고로 피로감이 더 심화되고 있다.
피로는 정신적·신체적·사회적 요인 등 다양한 측면의 특징을 갖고 있어 간단하게 정의하기가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활동 이후의 비정상적인 탈진 증상, 기운이 없어서 지속적인 노력이나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기운이 없는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 대다수는 감염 확산을 막으려는 정부의 정책은 십분 이해하지만, 1년 이상 지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명절이나 경조사 참석까지 정부의 지시나 규제 속에 개인의 자유와 자율이 심하게 제약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에 감염이라도 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동선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무르면서 생기는 답답함, 자신도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작은 증상에도 코로나가 아닐까 걱정하는 두려움이 상당하다. 여기에다 활동 제약이 계속되면서 느끼는 무기력증, 매일 같은 시간에 민방위 옷을 입고 발표하는 질병관리청 공무원의 감염병 관련 정보와 뉴스에 대한 과도한 집착,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 증가로 인해 사회와 개인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재 유행 방지라는 미명하에 방역수칙을 어기는 단체나 국민들에게 징벌적 손해배상과 형사적 책임을 묻고 있다. 정부 규칙을 어기는 단체나 국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위반자를 신고한 시민에게 포상을 지급하는 '코로나19 신고포상제'까지 등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상황에서 방역수칙 위반 사례를 신고해 포상을 받는 사람 일명 '코파라치'까지 등장해 포상금만을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신고가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잦아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 불신이 만년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다양한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코로나 블루', 코로나 확산으로 바깥 활동 감소로 활동량이 줄어 단기간에 살이 찐 것을 의미하는 '확찐자', 비대면·비접촉 방식을 가리키는 '언택트', 방역수칙 위반 사례를 신고해 포상을 받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코파라치' 등 씁쓸한 신조어들이다.
코로나 대유행 1년이 지나고 있다. 코로나 예방백신이 개발되어 조만간 우리나라 국민들도 혜택을 볼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 유행이 완전히 종식될 때 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코로나 1년을 되돌아보면서 국가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개인의 희생이나 제한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혹시라도 국가의 너무 일방적 규제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형사적 책임 추궁 등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K-방역 홍보보다는 국민의 자발적 협조와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국민과의 소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서는 일방통행 식의 규제보다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국민과의 소통과 이해를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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