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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지역 대학] <상> 위기의 지역 대학…줄어든 학생 자원, 정부 재정지원도 '뚝↓'

학생 자원 줄고 정부 재정지원도 수도권 편중
2024년 지역 대학 3곳 중 1곳, 신입생 충원율 70% 미만 전망
등록금 수입 줄어드는 데다 정부 재정지원도 수도권 쏠림 현상

5일 대구보건대 졸업생들이 교정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대학들이 졸업식 축소 또는 연기를 검토 중인 가운데 이날 대구보건대는 20개 학과 가운데 5개 학과만 개별 졸업 행사를 열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5일 대구보건대 졸업생들이 교정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대학들이 졸업식 축소 또는 연기를 검토 중인 가운데 이날 대구보건대는 20개 학과 가운데 5개 학과만 개별 졸업 행사를 열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경북지역 대학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예견된 문제다. 13년째 등록금 동결·인하에다 신입생 충원율을 충족할 자원마저 줄고 있어서다. 특히 지역 대학은 수도권지역에 편중된 정부의 재정지원 탓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대학의 위기와 대책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지역 대학 34%, 신입생 충원율 70% 미만 전망

지난달 11일 대구경북 4년제 대학들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시모집 원서접수 결과 전년보다 경쟁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일부 대학의 경쟁률은 4대 1 수준에서 절반치로 하락하기도 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해 7월 발간한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 보고서를 통해 2021년 실제 입학 가능인원이 41만4천126명이라고 추산했다. 대학 입학정원보다 7만8천326명이 부족한 것이다. 또한 대학교육연구소는 실제 입학 가능인원이 2024년에는 38만 명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학들이 본격적인 신입생 미달 사태를 맞게되면서 2021년 입학정원을 유지하게 될 경우 신입생 충원율은 2021년 84.1%에서 2024년 78.0%, 2037년 63.9%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지역 대학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역 대학은 2024년부터 신입생 충원율 94% 이상을 충족하는 곳이 한 곳도 없다.

2024년 신입생 충원율이 70% 미만인 수도권 대학은 전체의 5.6%에 그치는 데 비해, 지역 대학은 3곳 중 1곳(34.1%)꼴이다. 2037년엔 지역 대학의 83.9%가 신입생 충원율 70% 미만에 머물게 된다.

이 같은 학생 수 감소는 곧 대학의 재정과 직결되기에 심각성을 더한다. 특히 사립대학은 운영비의 상당수를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교육연구소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사립대학 학부 등록금 수입 감소액을 추계한 결과, 2024년 등록금 수입이 2018년에 비해 2조원가량(-20.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14.6%)에 비해 지역(-25.8%)의 감소폭이 더 컸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대학이 양질의 교육·연구 여건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충분해야 한다"며 "학생 수가 감소해 대학 재정이 크게 줄어들면 교직원 임금 삭감·체불, 비전임·비정규직 채용 증가, 교육여건 투자 감소 등 교육·연구 환경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북대학교 도서관을 찾은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경북대학교 도서관을 찾은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정부 재정지원도 수도권 편중

대학들의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노력이 요구되고 있지만, 재정지원은 수도권에 편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정부 대학재정지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학자금 지원과 국공립대학 경상비 지원을 제외한 일반지원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대학의 대학당 지원액은 121억원이다. 이는 수도권(22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러한 격차는 연구개발 지원에서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유형별 일반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 대학의 연구개발사업 대학당 지원액은 52억원으로, 수도권(149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4년제 대학의 경우 수도권은 236억원인데 비해 지역 대학은 91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또 연구개발 지원의 수도권대학 쏠림현상은 지원액 상위 10개 대학 순위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전체 지원액에서 상위 10개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43.8%에 달하는데, 여기에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등 서울 대규모 대학 6곳이 포함돼 있다. 특성화대학인 포항공대를 제외하면 지역 대학은 경북대와 부산대, 전남대만 겨우 이름을 올렸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이러한 재정지원방식이 지속될 경우 대학의 다양한 연구개발 능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지역 대학의 연구기능이 소멸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재정지원방식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대학 육성 위한 제도 보완 필요

일부에서는 예견된 위기였던 만큼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왔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성화 목표를 설정하거나 학과 개편 등 구조조정을 통해 운영 방식의 변화를 꾀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교직원의 고용, 학생의 학습선택권 박탈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어 대학의 구조조정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구 한 대학 A교수는 "내부적으로도 수요가 적더라도 학과를 유지해 학문의 자유와 존엄성을 지킬 것인지, 혹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과감하게 융합학과나 인기 분야 학과로 재편을 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도 의견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 관련 법 개정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 토론회 발제를 통해 "2014년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에도 지역 대학의 위기는 여전하다. 정부의 지역 대학 지원을 의무화하고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교육부뿐만 아니라 각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포괄하는 지역 대학 육성을 실질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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