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대구 그리고 로컬시네마

이승우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창작지원팀장
이승우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창작지원팀장

지난주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가 주최한 '대구, 영화 만들어-보다'라는 상영회에 온라인 중계 지원을 다녀왔다. 워낙 온라인 중계 지원을 많이 다니다 보니, '아, 또 일거리' 하는 지친 마음으로 관객과의 대화 행사장을 찾았다.

그 지친 마음은 감독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새 누그러들었다. 중계 오퍼레이터로서의 본분을 잠시 잊고 진솔하고 울림이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당시 오갔던 이야기 중 극히 일부를 혼자만 알기에는 아까워 이곳 지면을 통해 옮겨본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꿈, 열정'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섹션이었다. '그들 각자의 영화판'이라는 작품으로 초청된 김홍완 감독에게 한 관객이 "대구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어려움과 불편함"에 대해 물었다. 김 감독은 그 질문을 50번쯤 받았다며, "옛날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대구에서 만든 독립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한국 최초로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제주도에서 만든 독립영화 '지슬'이 한국 최초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좋은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지역의 한계 때문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음악을 전공했다는 김원진 감독이 마이크를 건네받아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음악을 하면서 항상 세뇌되다시피 들었던 얘기가 '대구는 힘들다. 서울로 가야한다'였죠. 서울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야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막상 그곳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제 뿌리였어요. 그 전까지 저는 제 뿌리를 너무 등한시했고 열등감만 키워왔었던 것 같아요. 젊은 세대들은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말았으면 합니다."

타자, 변방, 소수, 촌스러움… 로컬 혹은 로컬리티가 내재한 관념에 나도 모르게 함몰되었던 것은 아니었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창작의 최전선에서, 그 어떤 피해의식도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녹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대구의 감독들을 보며 안도감과 함께 경외감이 일었다.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개념 중 하나가 로컬(리티)시네마이다. 지역을 공간적 소재로만 등장시켜 단순 소비하는 영화와 달리, 로컬시네마는 공간에 대한 이해, 역사적 맥락, 지역의 정서, 개인의 기억 그리고 이를 조화시키는 작가의 고민이 녹아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진정한 의미의 로컬시네마를 현실에서 실천하는 이들을 중계카메라로 담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좋은 행사를 기획해준 대구시민주간, 대구문화재단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승우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창작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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