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새마을문고 60주년

이승로 새마을문고중앙회대구시지부 회장

이승로 새마을문고중앙회대구시지부 회장
이승로 새마을문고중앙회대구시지부 회장

전쟁의 포성이 울리던 1951년이었다. 탄약통에 이동문고라 적고 책을 한 가방씩 넣어 농촌을 돌며 독서 활동을 지원했다. 최초의 마을문고 울산 이동문고가 탄생했다. 독서를 통한 계몽 활동에 투신한 엄대섭 선생이 사비를 털어 문고를 만든 지 올해로 60주년이 된다. 한국전쟁 중 폐허 속인지라 도서관 운영에 정부도 손을 놓은 상황이었다. 민간 주도 마을문고 활동의 시작이 오늘날 작은도서관 활동의 효시라 할 수 있다.

1960년대는 농촌 자연부락마다 마을문고가 설치되고 독서회가 구성되었다. 4칸짜리 서가에 서랍이 두 개 달린 책장이 전부였지만 마을문고가 설치되는 날은 온 동네의 청년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어 기념사진을 찍었다. 마을 독서회가 조직되어야 지원받을 수 있는 터라 마을 유지와 청년들이 힘을 모아 학생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영농 서적을 탐독하는 독서회를 조직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던 시절은 독서의 생활화를 특히 강조해 농어업 관련 새마을 총서와 농업기술 관련 생활교양 아동도서 등 총 59종을 제작해 보급했다. 1980년 마을문고 사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엄대섭 회장이 아시아의 노벨상이라는 막사이상을 수상해 국내외에 여론을 환기시키게 된다. 1982년도에는 새마을중앙회에 편입돼 새마을문고로 이름을 바꾸고 새마을단체로 거듭나게 된다.

새마을문고는 현재 전국 시도에 약 13만 명의 회원과 1천323개의 작은도서관, 찾아가는 새마을 이동도서관 33대를 운영하며 국민 독서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다. 올해는 60주년 기념으로 그간의 활동과 새마을문고 작은도서관 운영의 역사를 집대성해 대구 출신 신철원 중앙회장이 도서를 출간, 더욱 뜻깊다.

대구 새마을문고의 경우 8개 구·군에 지회를 두고 있고 4천 명의 회원이 산하 동별 새마을문고 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화공동체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회원들의 자발적인 재능 기부와 독서회 구성 등으로 지역의 문화병참기지로 작은도서관을 운영한다. 기본적인 독서 지원 활동뿐 아니라 교육문화예술대학, 독서대학, 한글학교, 취미교실, 생활예술, 과학교실, 역사교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활동으로 축제의 장을 벌이기도 한다. 북구의 북&페스티벌 부키야놀자, 대구 전통활쏘기대회, 국악한마당, 동구의 동촌 천변에서 펼치는 독서감상화대회, 서구의 독서문화한마당, 달성군의 시화배너 쉼터책방, 남구 꿈틀 도서관축제, 수성구 가족 골든벨, 달서구 피서지 독서대회 등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대구시 새마을문고는 올해 '책 읽는 도시 대구 교육문화예술 중심도시 대구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화공동체'라는 다소 긴 슬로건으로 시민들과 함께할 계획이다. 우선 대구의 정신을 계승하는 의미에서 국채보상운동기념관과 함께 독서 골든벨, 그림 그리기 등을 코로나 방역 기준에 따라 비대면으로 실시하고 전시회는 예술회관 등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대구문화재단 공모 사업을 통해 대구 성곽길 탐방 행사를 개발하고 대구 역사 유적 사진전 등을 기획하고 있다. 이 밖에도 새마을문고 교육문화예술대학, 영화데이 등을 통해 문화예술 중심도시 대구 만들기에 함께하기로 했다.

이러한 지역의 건강한 교육공동체 문화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새마을문고 회원들은 오늘도 도서관을 방역하고 쓸고 닦고 아이들과 시민들을 기다린다. 올해는 60주년이라 새마을문고의 문호를 활짝 열어 대구 문화 전사들을 모시고자 한다. 코로나 시절이지만 문화의 힘으로 역경을 극복하는 대구의 진면목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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