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AZ 백신 접종, 10명 못 맞추면 나머지 폐기

한 병당 10인 분량으로만 생산…개봉 후 6시간 내 인체 투입
접종 당일 갑자기 의사 번복 사례도…市 "예비 명단 활용해 손실 최소화"

의료진 대상 코로나19 백신 자체 접종이 실시된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접종대상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의료진 대상 코로나19 백신 자체 접종이 실시된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접종대상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병원장 A씨는 최근 병원 직원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의사를 다시 확인해야 했다. 당초 접종 의사를 물었을 때 병원 직원 30명 중 16명만 동의했는데, 나머지 4명을 채워 넣기 위해서다. A씨는 "안 그래도 백신이 모자란 상황에 10명 단위로 접종 인원을 못 맞추면 남은 4명 분량은 버려질텐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 세계가 백신 기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AZ 백신 접종 단위 인원인 10명을 채우지 못해 버려지는 백신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1바이알(병)당 10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접종 인원을 10명 단위로 맞추지 못한 경우 개봉한 병에 남아있는 백신은 폐기처분되는 것이다.

11일 오전 10시 기준 대구에 입고된 AZ백신은 4천378병. 이 중 2천488병이 사용됐다. 사용량 2천488병은 병·의원과 보건소로 출고된 양으로, 병에 남은 잔량도 '사용량'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폐기되는 백신 잔량은 의료기관별로 제각각이다.

AZ백신의 경우 한 번 개봉돼 상온에 노출되면 6시간 안에 인체에 투입돼야 한다. 접종을 하기로 한 사람이 당일 건강상태나 개인 사정을 이유로 접종을 못 할 경우 접종 '예비인원' 중 맞을 사람을 찾거나, 폐기처분된다. 하지만 접종 당일에 새 사람을 갑작스럽게 찾기는 쉽지 않다.

의료기관 종사자 B씨는 "사전에 접종 인원을 파악해 제출한 뒤 꼭 필요한 만큼만 약을 공급받는데 접종 당일에 갑자기 몸이 좋지 않다거나, 접종 의사를 번복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병원 규모가 큰 경우 예비인원에서 접종을 원하는 사람을 찾아내기 쉽겠지만, 작은 병원에서는 갑작스럽게 접종을 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며 "한 병원당 1~2인분 분량씩 백신이 남아 버리게 된다면 전국적으로는 상당한 백신이 손실되는 셈"이라고 했다.

보건당국은 단위 인원 10명을 채우지 못해 버려지는 백신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기관별 '예비 명단'에 보건의료인 외 인력도 등재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 행정직원, 건물관리인 등 직접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 인원이더라도 예비 인원으로 등록해뒀다가 예정 인원에서 결원이 생길 경우 투입하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의료기관 자체 접종을 위해 배분된 백신이 남는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는 없다. 한 병에 남아있는 자투리 백신의 경우 어쩔 수 없이 폐기처분해야 한다. 10명 미만의 작은 의료기관은 보건소에 직접 와서 접종하거나 보건의료인 외 예비인원을 활용해 폐기량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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