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 A씨는 최근 병원 직원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의사를 다시 확인해야 했다. 당초 접종 의사를 물었을 때 병원 직원 30명 중 16명만 동의했는데, 나머지 4명을 채워 넣기 위해서다. A씨는 "안 그래도 백신이 모자란 상황에 10명 단위로 접종 인원을 못 맞추면 남은 4명 분량은 버려질텐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 세계가 백신 기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AZ 백신 접종 단위 인원인 10명을 채우지 못해 버려지는 백신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1바이알(병)당 10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접종 인원을 10명 단위로 맞추지 못한 경우 개봉한 병에 남아있는 백신은 폐기처분되는 것이다.
11일 오전 10시 기준 대구에 입고된 AZ백신은 4천378병. 이 중 2천488병이 사용됐다. 사용량 2천488병은 병·의원과 보건소로 출고된 양으로, 병에 남은 잔량도 '사용량'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폐기되는 백신 잔량은 의료기관별로 제각각이다.
AZ백신의 경우 한 번 개봉돼 상온에 노출되면 6시간 안에 인체에 투입돼야 한다. 접종을 하기로 한 사람이 당일 건강상태나 개인 사정을 이유로 접종을 못 할 경우 접종 '예비인원' 중 맞을 사람을 찾거나, 폐기처분된다. 하지만 접종 당일에 새 사람을 갑작스럽게 찾기는 쉽지 않다.
의료기관 종사자 B씨는 "사전에 접종 인원을 파악해 제출한 뒤 꼭 필요한 만큼만 약을 공급받는데 접종 당일에 갑자기 몸이 좋지 않다거나, 접종 의사를 번복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병원 규모가 큰 경우 예비인원에서 접종을 원하는 사람을 찾아내기 쉽겠지만, 작은 병원에서는 갑작스럽게 접종을 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며 "한 병원당 1~2인분 분량씩 백신이 남아 버리게 된다면 전국적으로는 상당한 백신이 손실되는 셈"이라고 했다.
보건당국은 단위 인원 10명을 채우지 못해 버려지는 백신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기관별 '예비 명단'에 보건의료인 외 인력도 등재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 행정직원, 건물관리인 등 직접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 인원이더라도 예비 인원으로 등록해뒀다가 예정 인원에서 결원이 생길 경우 투입하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의료기관 자체 접종을 위해 배분된 백신이 남는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는 없다. 한 병에 남아있는 자투리 백신의 경우 어쩔 수 없이 폐기처분해야 한다. 10명 미만의 작은 의료기관은 보건소에 직접 와서 접종하거나 보건의료인 외 예비인원을 활용해 폐기량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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