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속담이 있다. 형편이 전보다 나아졌다고 해서 어려웠던 지난날을 생각하지 않고 처음부터 잘난 듯이 뽐내는 행동을 지적할 때 인용하는 표현이다.
4·7 재·보궐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권이 속담 속 '과거를 잊은 개구리' 마냥 처신하고 있어 보수진영 유권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총선 참패의 기억을 망각하고 기고만장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장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이 산으로 가는 중이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공공개발 예정지에 대한 부동산투기 의혹에 여권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여당 후보의 지지율마저 급격하게 떨어지자 절박함을 잃은 야권이 최악의 상황인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보수진영에선 현재 문재인 정권이 맞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는 야당의 선전(善戰)이 아니라 여권의 위선에 대한 국민의 들끓는 분노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야권이 현실을 직시하고 반드시 단일대오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고, 그 성과를 동력으로 내년 대선도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산으로 가는 야권후보 단일화
힘겨루기를 넘어 날 선 신경전으로 치닫던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15일 재개된다. 양측 실무협상단은 15일 오전 11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고, 애초 14일로 예정됐던 비전발표회는 하루 늦춰 15일 오후 진행한다.
앞서 양측은 토론·여론조사 방식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가운데 비전발표회 일정을 놓고서도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이에 두 후보뿐만 아니라 각 정당과 지도부의 손익계산까지 뒤얽히면서 단일화 협상이 산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구체적으로 국민의힘은 국민의당이 '일괄 타결'을 고집해 협상을 좌초시켰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이 이른바 '경쟁력' 조사를 위한 여론조사 문항에 합의하지 않으면 비전발표회와 TV토론 일정에도 합의할 수 없다고 버텼다는 비판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통 큰 단일화'를 내세우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대변하는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이 오 후보의 입장이 아닌 재보선 이후 지도체제 개편이 예정된 국민의힘 내부사정까지 고려하다 보니 후보자 간 '통 큰 합의'에도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했다.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격렬하게 반목하자 지난 주말에는 단일화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야당 정치원로, '아름다운 단일화' 촉구
이에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김무성 공동대표와 폭정종식비상시국연대 공동대표인 이재오 전 의원은 14일 오후 국회에서 공동기지회견을 갖고 '신속한 단일화'를 촉구했다.
두 사람은 "후보 등록을 나흘 앞둔 지금 단일화 방안을 두고 협상을 벌이는 것 자체가 선거 승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며 "단일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각 정당은 협상에서 손을 떼고 두 후보가 직접 만나 단일화를 이루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야권 승리의 필수 조건은 야권후보 단일화"라며 "단일화가 안 되거나 단일화가 되더라도 적기에 이루지 못해 선거에서 패배하게 되면 국민은 두 후보에게 역사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고한 반(反) 문재인 연대를 촉구하는 야당 원로들의 훈수에 오세훈·안철수 두 후보는 이날 전화통화를 하고 단일화 시한(19일)을 재확인하면서 협상의 물꼬를 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치권에선 급한 불을 껐지만, 여당 후보의 부진이 이어질 경우 3자 구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두 후보 누가 나와도 압승?
마침 14일 단일화 협상을 벌이고 있는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붙어도 20%포인트(p) 안팎의 큰 차이로 압승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전문업체인 에스티아이가 지난 12~13일 서울에 사는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 양자 대결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안 후보가 나서면 안 후보 53.7%, 박 후보 32.3%로 나타났다. 오 후보가 출마해도 오 후보 51.8%, 박 후보 33.1%로 조사됐다.
후보들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선 오세훈(52.6%), 안철수(51.4%), 박영선(35.1%) 순으로 나타났고, 비호감도 조사에선 박영선(59.6%), 안철수(45.1%), 오세훈(42.8%) 순이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LH 사태로 무당파 유권자들의 표심 이동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여야 후보 간 격차가 벌어질수록 3자 구도의 유혹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정치인사는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재보선 판세가 급격히 야권으로 기울었다는 판단 하에 야권후보 단일화의 절박함이 줄어들면서 협상테이블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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