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코로나19가 덮쳐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 상황에서 기업인으로서 책무를 생각할 때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었죠. 그때 '이럴수록 이성적 회복과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야겠다'는 절박감에서 붓을 들었습니다."
대구 패션디자인계 1세대 최복호(71) 씨가 고희를 넘긴 나이에 화가로 정식 데뷔해 30일(화)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에 걸쳐 '패션, 회화 그리고 사유의 확장'이라는 타이틀로 첫 개인전을 연다.
최 씨는 캔버스에 물감을 으깨고 바르면서 그려나간 붓의 파편들이 모여 색들의 군무가 되는 지난 1년간의 과정에서 위로와 치유의 힘을 느꼈고 이것이 곧 예술의 본질적 힘임을 발견했다고 했다.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물질적 위기에서 미술이라는 창작행위는 나를 자유롭게 했고 그건 곧 최선의 치유방법이었죠. 지난 한 해 캔버스 앞에서 붓을 들 때마다 그것은 구원이자 고해성사와 다름 없었습니다."
그는 많은 예술가들의 명작이 고통과 절망 속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게 됐고 이를 힘든 팬데믹 시대에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50년 가까운 시간을 긍정적 사고와 차별화된 디자인 마인드로 대구 패션계 발전에 열정을 바쳐온 최 씨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디자이너로서 요구되는 창의성과 실험정신이 함축된 회화, 그래픽 디자인, 의상, 아트상품 등 100여 점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선을 보인다.
특히 유희적이고 감각적 구성으로 표출된 회화 작품들은 밝은 원색을 주로 사용해 추상적 면 구성과 분할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을 더해 주고 있다는 평가다. 그의 회화작품들은 그동안 디자이너로 경험했던 다양한 문양과 색채가 새로운 이미지와 합해지면서 창의적 조형성을 갖췄다. 이들 작품은 수십 점의 도로잉 작업을 통해 얻어진 것들 중 선별된 이미지로 내면과의 소통이 주는 무한 자유를 시각화한 노력의 결과물들이다.
게다가 그는 이번 회화작품을 두 가지 방식으로 제작됐다. 하나는 캔버스에 붓으로 그린 작품들로 20호에서 30호 크기이며, 다른 하나는 아이패드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 후 200호 크기로 프린트한 작품들이다. 최 씨는 지난 20여 년 동안 아이패드를 사용해 디자인을 해온 디지털 애용자로 현재 1만 여 명의 팔로우어를 지니고 있다.
"그림은 평소 옷을 디자인하면서 많이 그려왔었죠. 입체라는 옷에 그렸던 그림을 이번에 평면에다 옮겨 그린 것들이 이번 개인전에 출품된 것들입니다."
이러한 디지털 그래픽을 통한 디자인 연구는 70여 년간 숨겨져 있던 그의 화가 본능을 일깨우는 기폭제가 됐다. 작업은 지난 1년 동안 주로 경북 청도에 있는 그의 문화연구소 '펀앤락'에서 했다.
패션과 미술의 관계를 넘어 두 장르를 하나의 예술로 합해 형과 색의 조화를 이룬 최복호의 작품들은 위기의 시대에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찾기 위한 치열한 창작정신의 표현이다.
전시는 4월 11일(일)까지. 문의 053)420-8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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