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고향을 지키는 대안, 고향세

박용현 농협 창녕교육원 교수

박용현 농협 창녕교육원 교수
박용현 농협 창녕교육원 교수

'81.4 vs 28.1'

서울시와 전남도의 2020년 재정자립도 성적표다.

수치가 이미 말해주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하다. 전국에서 농촌지역에 해당하는 도 지역 재정자립도는 40%를 넘는 곳이 없고, 군 단위는 한 자리에 불과한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지수 2019'에 따르면 주민등록통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 지역은 97곳에 달한다. 이렇게 급속한 인구감소·고령화의 급속한 진행과 수도권 중심의 인구·일자리 집중은 지역의 정주여건 및 삶의 질 악화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방민의 60.6%는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 소멸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같은 지자체의 재정난을 점진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고향사랑 기부제, 즉 고향세 제도다.

고향세 제도는 인구 감소 등으로 재정난을 겪거나 일시적인 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고향에 개인이 기부를 하고 금액의 일부 또는 전액을 세액공제 형태로 돌려받는 세제혜택 제도다. 기부금을 받은 자치단체에선 답례로 쌀, 쇠고기 등 지역 특산물을 기부자에게 제공함으로써 농업인에게 실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우리보다 먼저 지방의 인구 소멸을 겪은 일본은 고향세의 활성화가 지방을 다시 살릴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은 2008년 고향세(후루사토세)를 도입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율이 심한 국가로 출산율 또한 하위권이다. 게다가 인구의 도시집중 현상이 심화되어 지방의 소멸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은 우리나라와 너무도 유사하다.

고향세 시행 초기에는 성과가 미미하였으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편의를 제공하고 제도를 보완한 결과 2008년 도입 당시 81억엔이던 납세액이 2018년에는 5천127억엔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지자체를 위한 기부는 쇠락해 가던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부금 재원을 통해 지역 인재양성 사업을 비롯해 주민 의료·복지 서비스를 강화하고 다양한 일자리 창출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이 살아나고, 여기에 더해 지역 농특산물 제공으로 농·어가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향세법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고향세법은 2007년부터 정치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지만 국회의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아직까지도 계류되어 있는 실정이다.

한 국가의 근간이 되는 지방자치단체가 인구감소와 재정난에 지속적으로 방치된다면 국가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고향세법은 농어촌 지역만 살리는 법안이 아니라 지방재정의 건전화와 지방분권 촉진, 균형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 생존의 문제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고향세법의 도입은 지방 재정악화와 인구감소의 더블쇼크를 치료할 백신과도 같은 해결 방안이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더 늦기 전에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고 고향세법의 조속한 통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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