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립극단 정기공연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브레히트 대표작… 23~24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일제강점기 상황으로 각색… 한국적 한(恨)과 흥(興) 담아

연극
연극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의 한 장면. 대구시립극단 제공

"이 시대의 억척어멈은 어떤 모습일까?"

대구시립극단(예술감독 정철원)이 올해 첫 정기공연으로 연극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원제 Mutter Courage und ihre Kinder)'을 23일(금) 오후 7시 30분, 24일(토) 오후 5시 두 차례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 올린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대표작인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은 그의 작품 중 가장 많이 공연된 희곡이다. 브레히트는 전쟁으로 자식들을 모두 잃게 됨에도 전쟁의 참혹성을 깨닫지 못하고 외려 이익을 쫓아 전쟁이 계속되길 바라는 억척어멈을 보여주며 전쟁을 풍자했다.

대구시립극단이 무대에 올리는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은 우리 역사에 빗대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낸다. 큰 틀에서 원작의 흐름은 유지하되 시대적 배경을 유럽의 30년 종교전쟁 대신 우리의 일제강점기 후반으로 바꿨다.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조선독립군이 활동한 만주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녹여낸 것이다.

홀로 자식 셋을 키운 억척어멈 안봉순이 주인공이다. 자식 셋과 함께 군대를 따라 포장마차를 끌며 국내와 만주지역을 돌아다닌다. 종군상인에게 중국군, 조선군, 일본군은 그저 이기는 편이 우리 편이다. 승전한 군부대 지역에서 장사를 하며 악착같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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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의 한 장면. 대구시립극단 제공

그러나 잔혹한 전쟁은 그의 자식들도 낚아채갔다. 전쟁영웅이 되겠다며 군인이 된 첫째 아들은 굴욕적인 종말을 맞고, 중국군의 회계를 맡은 둘째 아들은 일본군의 습격에 금고를 지키려 나섰다 오히려 오해를 사며 사살된다. 벙어리 막내딸 윤희마저 일본군의 습격을 막기 위해 농가의 지붕에 올라가 북을 두드리다가 총에 맞는다.

연출을 맡은 정철원 예술감독은 "억척어멈은 전쟁 중 자식을 잃고도 끝까지 탐욕을 놓지 못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근본적 지혜가 자본이라는 아이러니를 강요하는 작품"이라며 "지금도 우리는 전쟁 아닌 전쟁 속에 살아가지 않는가. 현재의 억척어멈은 지금도 수레를 끌고 있을 것"이라고 감상 포인트를 전했다.

억척어멈 안봉순 역의 백은숙을 비롯해 최우정(용이 역), 박찬규(정이 역), 김정연(윤희 역) 등이 관객과 호흡한다. 배우들도 이번 공연을 위해 윤상순(국악예술단 한사위 대표) 명인으로부터 전통 구음(口音)과 한국적인 몸짓을 익혔다. 우리의 한(恨)과 흥(興)을 담은 가락으로 한국적 풍자의 묘미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14세 이상 관람가. 관람료: R석 1만5천원, S석 1만2천원. 티켓링크 1588-7890. 문의 053)606-6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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