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동구 각산동(角山洞)의 원지명은 '소바우' '소방우' '우암동'(牛岩洞) 등이었다. 1907년 현감 송헌면(宋憲冕)이 이곳 지명 발음이 자신의 조상인 송시열의 호(號) 우암(尤庵)과 같다 하여 우(牛)를 각(角)으로, 암(岩)을 산(山)으로 고쳤다.
대구(大邱)의 원지명도 대구(大丘)였다. 구(丘)는 공자의 이름이다. 영조 때 대구 유생(儒生) 이양채(李亮采)가 "향교에서 제사할 때마다 공자의 이름을 함부로 침범하게 돼 민심이 불안하게 여긴다"며 개명해 달라는 상소를 올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정조와 순조 때 '大丘'와 '大邱'가 혼용되다가 철종 때 지금의 표기로 고착됐다.
이런 개명을 기휘(忌諱) 또는 피휘(避諱)라고 한다. 임금이나 성인, 조상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는 뜻의 봉건적 습속이다. 기원이 길게는 중국 상(商)나라 때로 올라간다는 이 습속은 취지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상식적 도그마가 됐다. 그 결과 어처구니없는 일이 상시로 벌어졌다.
중국 남송(南宋) 때 전양신(錢良臣)이란 사람이 자기 아들에 의해 도적(盜賊)이 된 것이 바로 그렇다. 그 사연은 이렇다. 아들이 경서(經書)나 사서(史書)를 읽을 때 '양신'(良臣)이란 글자가 나오면 '다다'(爹爹·아버지)라고 읽었다.
하루는 맹자(孟子)를 읽었는데 거기에는 '금지소위양신, 고지소위민적야'(今之所謂良臣, 古之所謂民賊也·지금의 좋은 신하라고 불리는 자들은 과거에는 백성의 도적이라 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아들은 평소처럼 이 구절의 '양신'(良臣)이란 글자를 '다다'(爹爹)로 읽었다. 기휘 때문에 아버지가 졸지에 도둑놈이 된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널렸다.
어처구니없음에서 문재인 정부의 기휘도 만만치 않다. 군 당국은 2019년 5월 북한의 발사체를 처음에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했다가 곧바로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했고 다시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했다. 4·7 보궐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조국 사태'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윤호중 후보가 '조국 사태'를 '그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다고 '조국 사태'가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질 리도 없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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