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신문 기사와 TV 보도를 즐겨 볼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뉴스 검색도 곧잘 할까. 연예인과 국회의원들이 틈만 나면 그러는 것처럼, 대통령도 종종 자기 이름 석 자 네이버에다 검색해 볼까.
실은 요즘 신문, TV, 인터넷과 마주하는 게 괜스레 버겁고 껄끄러울 수 있을 것이다. 연일 주제도 소재도 참 다양한 비판 기사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물론 이건 '레임덕' 대통령이라면 으레 겪어온 일이다. 옛 동지 고(故) 노무현 대통령 곁에서 분명 지켜본 일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대통령이 돼 겪는 건 또 다른 일일 테니, 보고 또 보고 또 보다 보면 보다 못해 화도 좀 나지 않을까. 대통령도 사람이니까.
다만, 그 분노는 신중에 보안을 기해 청와대 바깥 국민에겐 좀체 드러내지 않는 것일 게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게 무슨 미덕인가도 싶다.
분노, 그거 종종 드러내면 어떨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화를 하쟀더니 시비를 거는 검사들한테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고 으름장을 놨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 역시 막지 않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하는 군 장성들에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호통도 쳤다.
그러니, 끼리끼리 관용차로 모셔다 '황제 조사'하며 기강 무너뜨리는 검사들한테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으름장을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전셋값을 꼼수로 올린 게 들켜 집에 간 김상조 전 정책실장을 비롯한 무리를 청와대로 불러 면전에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호통 칠 수 있지 않을까.
이게 임기 초중반과 딴판이다. 청와대는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 보복' 발언에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2019년 대통령 기록관 건립 루머가 퍼진 것을 두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2020년 다주택 보유 청와대 참모들이 부동산을 제대로 처분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자 "역정을 냈다"고, 대통령의 분노를 전했다.
지지층에 어필하고, 루머를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내부 기강도 다지는, 그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겠으나, 시의는 그 나름 적절한, 정무적 분노들이었다.
그랬던 대통령이 요즘 분노 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듯하다. 분노를 주체 못 하는 게 아니라, 분노해야 마땅한 일에 분노하지 못하는.
그럴 만한 이유가 발견된다. 사실 대통령은 자신이 내세운 공정·정의·평등이 사회에서 지켜지지 않으면 분노해 왔다. 그런데 요즘 마주한 분노 거리는 부동산·일자리 문제와 측근들의 '내로남불'. 분노를 하려고 보니 죄다 안과 곁에서 터져 나온 문제들이라 난감할 것이다. 더구나 가짓수도 참 많다. 그래서 분노할 엄두가 나지 않는 건 아닐까. 분노를 하면 할수록 자기 얼굴에 침만 더 흥건해질 테니 말이다.
진작 자기 사람들에게 분노하지 않은 결과다.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의 분노는 개인의 감정 표출이 아니라, 막강한 권한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깨부수고 매조지는 데 쓰는 게 기본이다. 부동산·일자리 정책이 삐끗할 때마다 쓴소리 거침없이 퍼부어 정책을 보완했다면 어땠을까. 측근들이 반칙을 일삼고 특권을 탐닉할 때마다 무자비한 일벌백계로 사람도 분위기도 쇄신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우리 사회의 분노는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위정자가 정무에 제대로 쓰지 못한 분노는 결국 유권자들이 환수하고 그걸 표에 담아 되돌려 주게 마련이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그랬고, 다음 선거도 그다음 선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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