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竊盜) 사건이 발생하면 도둑을 잡아 처벌하는 것이 보편적인 나라다. '절도는 발생하지만 도둑은 없는 나라'는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논리 모순인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용왕매진(勇往邁進)하는 철면피들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김미리 부장판사가 건강상 이유로 3개월 휴직서를 냈다. 그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을 맡고 있다. 판결에 따라 여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사건들이다. 법원은 조만간 김 부장판사의 빈자리를 채울 예정이지만, 형사21부가 맡은 재판들은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재판을 맡았던 김 부장판사는 1년 3개월 동안 정식 재판을 한 번도 열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만 6차례 열어 재판을 지연시키더니, 기소 16개월 만인 올해 5월 10일을 첫 재판일로 잡아 놓고 휴직했다. 김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 사건 관련 재판에서 조 전 장관 측을 편드는 듯한 발언으로 검찰의 반발을 샀다. 또 웅동학원 교사 채용 비리 사건 재판에서 주범 격인 조 전 장관 동생에게 공범보다 낮은 형을 선고해 논란이 됐다.
김 부장판사는 올해 초 법관 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 3년 근무 후 이동' 관례를 깨고 4년째 유임됐다. 이를 두고 여권 인사가 연루된 사건을 다수 맡고 있는 이 재판부에 '어떤 사인'을 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었다.
문재인 정권은 여권 또는 정권 관련 위법과 부정을 막는 대신 검찰 수사팀 해체, 지휘권 발동, 검사 좌천 인사, 검찰총장 징계, 검찰 수사권 대폭 제한(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데 골몰했다. '도둑'을 막는 대신 '도둑 체포'를 막는 데 몰두한 것이다.
팔다리가 잘린 검찰이 그럼에도 어렵게 기소한 사건은 법원에서 막혔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재판일을 잡아 놓고 휴직해 버렸다. 이제 새 법관은 사건을 처음부터 검토하느라 또 한세월을 보낼 것이다. 바야흐로 '잡힌 도둑이 없으므로 절도 사건도 없다'는 놀라운 명제(命題)가 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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